5년간 폭언하며 분리수거 시켜 1억4천 부당이득…"월급 많아야 70만원"
피해자 친형은 장애수당 등 6천900만원 가로채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60대 지적장애인이 잠실야구장 쓰레기장에 살면서 쓰레기 분리수거 일을 5년 넘도록 강요당한 사실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3급 지적장애인 A(60)씨에게 노동을 강요하면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장애인복지법·국유재산법·폐기물관리법 위반)로 고물상 B(53)씨를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B씨는 2012년 9월∼올해 3월 A씨를 잠실야구장 옆 쓰레기 적환장에 있는 컨테이너에 거주시키면서 폭언·욕설을 하며 강제 노동을 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잠실야구장 청소부들이 쓰레기를 갖다 주면 플라스틱과 캔 등을 분리했고 직접 파지를 줍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서울시와 계약을 맺지 않은 민간 고물업체를 운영하면서, A씨가 분리한 재활용쓰레기를 내다 팔아 최근 5년여 동안 1억4천만원가량 이익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경찰은 B씨가 A씨에게 적은 금액이나마 대가를 지급했으며, 폭행하거나 협박·감금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B씨는 A씨에게 야구 시즌 기간에는 월 70만∼75만원, 비시즌 기간에는 주 3만∼5만원을 지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B씨가 A씨에게 지급한 임금이 적정한지 등에 관한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서울 동부고용노동지청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경찰은 A씨 친형인 C(74)씨가 2006년부터 A씨의 기초생활수급비 등을 자기 돈처럼 써온 혐의(횡령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를 확인해 C씨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C씨는 A씨가 장애인으로 등록한 2006년부터 올해까지 12년 내내 A씨의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 수당 등 6천900만원을 가로챘고, A씨가 모은 예금 1천400만원도 개인 용도로 갖다 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빼앗긴 기초생활수급비·예금 등은 C씨에게 반환될 수 있도록 서울시장애인인권센터와 협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해당 사건은 서울시 위탁기관인 서울시장애인인권센터가 지난 3월 쓰레기가 가득한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는 A씨를 발견해 긴급구조 조치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알려졌다. A씨는 현재 서울의 한 쉼터에 머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잠실야구장 관리 주체인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 관계자들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으나, 관리부실 책임 등 위법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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