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장관 따라 28시간 체류…"주민들 아무도 눈길 안줘"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공항부터 평양 중심부까지 가는 도로에는 우리의 차량 행렬밖에 눈에 띄지 않았으나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다. 마치 투명인간이 된 듯했다."

지난 6일 1박2일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여정에 동행한 뉴욕타임스(NYT) 가디너 해리스 기자는 12일 칼럼에서 자신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듯하면서도 정작 눈길은 주지 않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려고 열심'인 북한의 모습을 체류 28시간 동안 경험한 '가장 기묘한 부분'으로 손꼽았다.

해리스 기자는 이런 느낌이 북한 땅을 밟았을 때부터 들었다고 밝혔다. 텅 빈 공항부터 평양 시내로 들어오는 도로에는 사실상 미국 대표단의 차량 행렬밖에 없었지만 주변 밭에서 일하는 근로자나 행인 등 그 누구도 눈길도 주지 않아서다.

평양 시내 관광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나같이 잘 차려입고 출근길로 향하는 주민 누구도 마주치는 미국 대표단이 마치 거기 없는 사람인 듯 대했다. 예외가 있었다면 빤히 쳐다보는 어린아이들뿐이었다.

그렇다고 이들이 방치된 것도 아니었다.

시차로 새벽에 눈을 뜬 그가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 부근에서 조깅을 하자 소총과 총검을 소지한 군인들은 긴장감이 역력하면서도 눈길을 돌리는 듯 행동했다.

그러다가 그가 두 바퀴째 돌 무렵 병사 2명이 관목숲 사이로 몸을 숨기고 사라졌고, 그가 백화원 영빈관 출구 쪽으로 향하자 직원 2명이 갑자기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해리스 기자 쪽은 쳐다보지 않던 이 직원들은 그러나 '보이지 않는 선'에 이르자 몸을 돌려 더는 갈 수 없다는 신호를 보냈다.

미 터프츠대 플레처스쿨의 이성윤 한국학 석좌교수는 북한 측의 이런 행동에 대해 "북한 당국의 교화에 따른 것일 수 있다"며 "백화원 영빈관에서의 일은 당국 명령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해리스 기자는 폼페이오 장관의 일정 또한 다른 국가를 방문할 때와는 달랐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장관의 일정은 분 단위까지 사전에 다 정해져 있지만 북한에선 무엇 하나 확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외교관들은 어떻게 일이 진행될지, 어디에 묵을지, 외부와는 어떻게 통신할지는 물론 기자들의 여권에 어떤 도장이 찍힐지조차 불확실하다고 말했다고 해리스 기자는 전했다.

또 폼페이오 장관이 탄 항공기가 평양에 도착하기 직전 보안 담당자들의 모습은 마치 지난해 로켓 미사일이 공군기지에 비처럼 쏟아지던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 내릴 때처럼 불안해 보였다고 해리스 기자는 회고했다.

한 외교관은 탑승한 기자들에게 평양에 가져갈 휴대전화 번호를 묻고는, 휴대기기의 전원을 끄거나 최소한 데이터 연결을 중단해둘 것을 조언했다. 감청으로 인해 북한을 떠난 뒤에도 기기에 이상이 있는 경우가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국무부 관계자들은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감시당하고 있다는 확신 하에 백화원 영빈관 밖에서조차 입을 가리고 말해 입술 움직임을 읽지 못하도록 신경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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