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RNX뉴스] 박지훈 기자 = 남편의 독단적인 입양 결정에 사랑하는 자녀들과 생이별을 해야 했던 어머니가 경찰 도움으로 44년 만에 극적으로 막내 딸을 다시 품에 안았다.

서인식(69)씨는 1973년 두딸과 생이별을 해야했다.

서씨는 막내인 미선씨를 낳고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는 바람에 당시 3살이던 조화선 씨와 당시 1살이던 막내 딸 조미선 씨를 남편에게 맡긴채 전주에 있는 친정에서 몸조리를 하게됐다.이후 몸을 회복한 서씨는 5개월만에 다시 집에 돌아왔다.

그러나 서씨의 남편 조씨는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서씨가 없는 사이에 둘째 딸 조화선(당시 2세)씨와 막내딸인 미선씨를 익산과 전주에 있는 영아원으로 각각 보냈다.

서씨는 "미선이를 낳고 몸이 좋지 않아 남편에 의해 친정으로 보내졌다"면서 "5개월 뒤 집으로 돌아와 보니 남편이 나와 상의도 없이 딸들을 해외로 입양을 보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라고 회상했다.

서씨는 한마디 상의 없이 두 딸을 입양을 보낸 남편을 용서할 수 없어 두 딸의 오빠인 아들만 데리고 그대로 집을 나왔다.

이후 남편은 서씨와 재결합을 제안했으나 서씨는 두 딸을 찾아오기 전까지는 재결합할 수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에 남편은 서씨의 마음을 돌려보고자 딸들을 찾으려고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허사에 그쳤다.

그러는 동안 세월이 흘러 남편과 당시 두 딸의 입양에 동참한 시누이들 모두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었던 서씨는 2017년이 돼서야 전북지방경찰청에 도움을 청했다.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전북지방경찰청은 곧장 두 딸의 흔적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으나, 오랜 세월이 흘러 당시 딸들이 맡겨진 영아원은 없어져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전북청 실종수사 전담팀은 미선씨가 맡겨졌던 전주영아원 기록에서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선씨가 미국 시애틀의 한 가정으로 입양된 사실을 확인했다.

미선씨는 당시 1975년에 입양됐으며, 영어 이름은 맬린 리터(Maelyn ritter)라는 것을 알게 된 경찰은 지난 2월 페이스북을 통해 미선씨의 영어 이름과 같은 동명인에게 입양 여부 및 실종 아동을 찾고 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메세지를 확인한 미선씨에게서 회신을 해왔고 이후 지난 4월 말 유전자 검사를 통해 신씨와 유전자가 100%일치한다는 결과를 받았다.

이후 서씨는 지난 10일 서울의 해외입양연대 사무실에서 44년 만에 처음으로 막내딸을 품에 안았다.

비록 44년이라는 세월앞에 서로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모녀는 부둥켜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서씨는 12일 전북경찰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선씨의 손을 잡으며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었다"며 "미안하다"라며 흐느꼈다.

서씨는 "최근 아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생이별한 두 딸은 꼭 찾아야겠다고 다짐했다"면서 "이제라도 막내 딸을 찾게 돼 기쁘지만, 큰 딸도 꼭 찾고 싶다. 많은 분이 도와주면 화선이도 곧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희망을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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