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툭…꿀밤 식으로 때렸을 뿐 고의적 학대 없어"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위탁 보육하던 15개월 여아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베이비시터 김모(39)씨가 첫 재판에서 "피해 어린이에게 뇌 손상이 갈 만한 일은 하지 않았다"며 혐의 일부를 부인했다.

아동학대치사죄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씨는 7일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2부(심형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변호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씨의 변호인은 "사망한 어린이가 보채거나 할 때 손이나 발로 툭툭 꿀밤 식으로 때렸을 뿐, 발로 세게 걷어차거나 한 일은 없다"며 "며 "만약 그랬다면 아이가 그 자리에서 숨을 거뒀을 것"이라고 말했다.

돌보던 아이가 사망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학대할 의도를 갖고 폭행하지는 않았다는 취지다.

변호인은 김씨가 피해 어린이에게 밥을 거의 주지 않고 굶겼다는 검찰 측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피해 어린이가 당시 장염이 있어 분유를 줬을 뿐 고의로 굶기거나 학대한 일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폭행 후 몸이 굳어가는데도 방치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다른 아이의 부모가 찾아온다고 해 그들을 기다리느라 병원 가는 일이 늦춰졌을 뿐 고의로 방치한 것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변호인은 "어린이의 뇌에 손상이 될 만한 일은 하지 않았다"며 "피고인도 당황스럽고 놀랐다. 피해 아동의 뇌 상태에 대해서는 (한순간 폭행 때문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장기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는 의사 소견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작년 10월부터 15개월간 여자아이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지난달 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김씨가 피해 아동을 엎드리게 하고 손과 발로 폭행한 것으로 파악했다.

당시 검찰은 의료진의 진단을 근거로 내원 당시 피해 아동의 뇌 기능이 80% 정도 손실된 것으로 파악했다. 피해 아동의 사망원인도 '미만성 축삭손상'(광범위 뇌신경 손상)으로 조사됐다.

또한 검찰은 김씨가 피해 아동을 폭행해 아이에게서 경련 증상이 나타나는데도 약 34시간 동안 방치한 것으로 파악해 관련 내용을 공소사실에 포함했다.

이날 재판 중에는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이 "피고인의 부모가 피해자 부모에게 재차 전화해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런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재판에는 피해 어린이의 아버지도 참석해 재판 과정을 지켜봤다.

그는 재판 후 취재진과 만나 "학대에 고의가 없다고 하는 것은 말 같지도 않은 얘기"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짐승보다 못한 위탁모에게 굶기고 맞아 죽은 15개월 된 저희 딸 얘기 좀 들어주세요"라는 내용의 청원 글이 올라왔고, 한 달 동안 22만1천여명이 이 글에 서명하면서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청원자는 "아내는 극심한 산후우울증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했고, 저 역시 어린 나이에 진 빚으로 생활고에 시달렸다"며 "양가 부모님도 갑자기 몸이 편찮아 지셔서 아이를 봐주실 수 없는 상황이 되어 그런(아이를 위탁모에게 맡기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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