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으로 유명해져 '마스터' '쇠파리'에도 등장…실제론 기부금만 챙겨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대형 투자사기 사건 피해자들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설립된 시민단체가 10년 동안 아무런 피해 구제 노력도 없이 피해자들을 속이고 기부금만 챙겨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 수법에 관심이 쏠린다.

피해를 본 사람만 5천 명, 피해 액수는 20억여 원에 달하고, 기부금을 내지 않은 사람까지 더하면 1만3천 명이 이 단체에 정회원으로 가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어떻게 장기간 아무런 구제 노력 없이 피해자들을 현혹할 수 있었을까.

27일 경찰에 따르면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대표 A(50) 씨는 2008년 이 단체를 설립한 이래 사기 피해금을 돌려받고 싶은 피해자들의 심정을 노려 꾸준하게 홍보 활동을 벌이고 언론에 단체를 노출시키는 방법으로 유명세를 쌓아왔다.

이 단체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검찰·경찰을 포함한 사법기관과 연대·공조하고 있고, 다양한 언론·방송활동을 지원하면서 시민과 소통하고 바른가정경제 실천과 서민경제 보호를 위한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립 취지를 밝혔다.

설립 취지에서 밝힌 바와 달리 이 단체는 사법기관과의 공조는 물론 민사 소송조차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지만, 단체 대표인 A씨는 수시로 기자회견을 열어 조희팔 사건의 진실을 안다고 주장했고 점차 유명해지자 방송에도 출연했다.

언론은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사기'로 불리는 조희팔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A씨와 접촉했고, A씨는 조희팔 사건을 다룬 뉴스나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점점 더 유명세를 누렸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부정적인 언론 보도에 '위력 행사'를 불사하며 민감하게 대처했다. 그는 2016년 한 언론사가 이 시민단체의 부동산 부당취득 의혹을 보도하자 회원들을 동원해 해당 언론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기자를 고소했다.

체가 점점 유명해지자 조희팔 사건을 재조명한 영화에서도 비슷한 활동을 하는 단체가 등장하기도 했다.

투자사기를 소재로 한 영화 '마스터'나 '쇠파리'에는 사기 때문에 잃은 돈을 되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설립된 시민단체에 피해자들이 몰려들어 설명을 듣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는 모두 A씨의 단체를 묘사한 것이다.

실제 A씨가 만든 단체 관계자들은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마스터'와 '쇠파리' 영화 제작진이 우리 단체에 와서 취재하고 갔다"며 자랑삼아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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