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게시판에 청원·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 반대 글 이어져
시, 조례 제정 추진…곧 입법예고, 의회 통과하면 9월부터 시행

(성남=연합뉴스) 이우성 기자 = 은수미 성남시장 당선인이 오는 9월부터 만 6세 미만의 아이를 둔 가정에 정부가 현금으로 지급하는 아동수당을 성남지역에서는 지역화폐로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시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국가가 지급하는 아동수당 10만원을 왜 성남시만 지역화폐로 지급하느냐며 시 방침에 반대하는 요구가 청와대 청원 게시판과 시청 게시판, 분당 판교지역 생활정보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어지고 있다.

또 시청 아동수당 담당 부서 연락처를 공유하며 지속해서 항의전화를 거는가 하면 시청 앞 기자회견까지 열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29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27일 오후부터 이날 오전 9시 기준으로 성남시의 지역화폐와 연계한 아동수당 지급 계획을 철회하라는 청원 글 2건에 공감을 표시한 사람이 6천명을 넘어섰다.

이들 청원의 요지는 대부분 지급대상자의 90% 이상이 현금 지급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은수미 당선인의 판단으로 성남지역에서만 지역화폐로 지급하겠다는 것은 현실에 동떨어지고 시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정책이므로 철회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한 청원자는 "'지역경제 살리기' 취지는 좋은데 왜 그걸 우리가 마땅히 받아야 할 권리로 진행돼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지급 방식을 두고도 다른 지역 대상자들은 편하게 계좌로 들어오는 현금을 왜 성남시민만 주민센터 왕래하며 받아야 하느냐는 지적도 했다.

성남시가 10만원에 1만원을 보태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인센티브 방안을 검토하는 것에 대해선 "1만원에 혹해서 네 좋아요 할사람 많지 않으리라고 판단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회원 15만명이 넘는 분당판교지역 최대 규모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분당판교 따라잡기'에 반대 글을 올린 한 엄마는 "시장 월급도 지역화폐로 받으라 하면 본인은 납득이 될까요?"라며 반문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성남시청 앞에서 반대 기자회견을 연 '엄마들의 비빌 언덕, 성남마더센터 추진모임' 김영신 대표는 "의견수렴 과정이 없었고 아기용품을 구매하는 엄마들의 소비패턴도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청년배당은 청년들이 지역 매장에서 편리하게 사용하지만, 엄마들 같은 경우는 기저귀, 분유, 물티슈 같은 아기용품을 주로 인터넷으로 구매하고 유기농 제품은 오프라인 매장이 많지 않아 온라인 구매를 선호하는데 시는 지역화폐 지급을 밀어붙이려고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성남시는 은 당선인의 지역화폐 지급 규모 확대 공약 등에 따라 9월부터 지급 근거가 될 조례 제정에 나설 방침이다.

시는 조례안을 만들어 다음 달 초부터 20일간 입법 예고해 의견을 수렴한 뒤 8월 시의회에 상정해 지역화폐 지급 근거가 될 조례를 제정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인센티브를 포함해 11만원 상당의 지역화폐로 아동수당을 지급하면 연간 516억원(4만3천여명) 규모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은 당선인의 계획이 현실화하면 성남지역의 지역화폐 발행 규모는 현재 연간 200억원∼300억원에서 1천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시는 전망했다.

그러나 지역화폐 연계 아동수당 지급에 대한 주민 반발이 만만치 않아 시행에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시 담당 부서 관계자는 "지역화폐 지급 방침이 알려진 최근 며칠 새 항의성 민원 전화가 빗발치고 있어 업무에 집중이 안 될 정도"라며 "정책 취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알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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