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 "2차 피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되고 있는 강간죄 조항을 국제사회의 기준에 부합하도록 바꿀 필요가 있다고 2일 밝혔다.

정 장관은 이날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비동의 간음죄' 도입에 대한 여가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정 장관은 현재 피해자의 항거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할 때만 강간죄가 성립되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피해자가 신고를 꺼릴 수밖에 없다며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도 권고했듯이 국제사회 기준에 맞게 강간죄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여가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형법상 강간죄 성립요건을 폭행이나 협박이 있는 경우로만 한정하지 말고 피해자의 동의 여부를 중점에 두도록 법을 개정하라고 우리 정부에 요구한 바 있다.

정 장관은 다만 피해자의 동의 여부를 기준으로 하는 '비동의 간음죄'를 도입할 경우 피해자가 동의 여부를 입증해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에 직면하므로 현실적인 법 개정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와 관련해서도 개정을 위해 법무부와 논의 중이라면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아예 폐지하면 성폭력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볼 경우 보호할 수 없는 문제도 생긴다는 점에서 좀 더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 개정에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사 지침을 통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 명예훼손 소송이 제기될 경우 성범죄 사건 수사 종료 시까지 명예훼손 소송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또 성희롱·성폭력 사건은 법·제도의 문제도 있지만 판례의 영향력도 크기 때문에 사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하면서 "성희롱·성폭력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양형기준이 낮지 않은데 여전히 판례상 낮게 책정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는 견해도 밝혔다.

성폭력 피해자의 2차 피해 방지 대책과 관련해서는 피해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각종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며 2차 피해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을 높이기 위한 성폭력 2차 피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보급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가 제대로 이뤄져야 하며 이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떠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최근 젊은 남성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여성혐오 현상에 대해서는 "청년 실업이 심화하고 가부장제가 해체되는 상황에서 여성이 자신들의 파이를 빼앗아 간다는 인식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하면서 이를 해소하려면 성평등 교육 강화와 함께 취업난·주거난을 해결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여성의 '독박육아' 문제를 해결하고 성차별 없는 가족 친화적인 직장문화를 만들어 여성의 경력단절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여가부는 이를 위해 아이돌봄서비스와 공동육아나눔터 사업 등 돌봄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혼모가 생부에게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달라는 국민청원과 관련해서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에 대해 소득조사를 할 수 있도록 최근 법을 개정해 한 걸음 진전된 상황"이라며 앞으로 더 토론과 논의를 거쳐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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