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RNX뉴스] 주예은 기자 = 가야금 명인 황병기가 31일 새벽 별세했다. 향년 82세.

황병기 명인은 지난해 말 뇌졸중 치료를 받은 이후 폐렴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황병기 명인은 창작음악의 1세대로 올해 가야금 인생 67주년, 창작 인생 56주년을 맞은 우리 가야금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는 경기고에 이어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한 엘리트로 6·25 피난길에서 가야금 소리를 듣고 크게 감명받아 국악인으로의 삶을 택했다.

서울대 법대 출신인 황병기는 법대 3학년 재학 중 KBS에서 주최하는 전국대회에 나가 1등을 하며 국악 재능을 알렸다.

1950년대 당시에는 국악과가 없었기 때문에 법을 공부했다. 서울대 음대가 생긴 건 1959년이었다.

1962년 서정주의 시에 곡을 붙인 '국화 옆에서'를 통해 가야금 연주자로 첫 발을 내디뎠다. 같은 해 한국 최초의 가야금 현대곡으로 통하는 '숲'을 만들었다.

황병기 명인은 국악을 서양 현대음악을 넘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초청 공연 요구를 받는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또한 지난 2016년 11월 국립중앙박물관 내 불교조각실에서 국내 첫 전시실 공연을 열기도 했다.

특히 대표곡 '미궁'은 그의 작품 세계를 잘 드러낸다. 가야금을 첼로 활과 술대(거문고 연주 막대) 등으로 두드리듯 연주하며 사람의 웃음소리와 울음소리를 표현하는가 하면 절규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삽입되기도 했다.

이 같은 파격 때문에 1975년 명동극장에서의 초연 당시 한 여성 관객이 무섭다며 소리 지르고 공연장 밖으로 뛰어나가는 해프닝도 있었다.

고인은 현대무용가 홍신자, 첼리스트 장한나, 작곡가 윤이상,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 등 다양한 장르, 세대의 예술가들과 활발히 교류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2004년 호암상, 2006년 대한민국 예술원상, 2008년 일맥 문화대상, 2010년 후쿠오카 아시아 문화상을 수상했으며, 2003년에는 은관 문화 훈장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소설가 한말숙 씨와 아들 황준묵, 황원묵 씨, 딸 황혜경, 황수경 씨다.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 30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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