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 35분에 박수 23번…한국당은 '근조리본' 달고 손팻말
촛불·태극기 사진부터 예산 도표·그래프까지 준비한 'PT식 연설'
연설 후 본회의장 돌며 여야의원 악수…與의원들 기립박수에 '파이팅'
한국당, 대통령 악수 청하자 현수막 든 채 손 잡아…"오는데 어쩌겠나"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배영경 서혜림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1일 국회 시정연설은 예산안과 법안 협조를 당부하며 다양한 도표와 그래프·사진을 동원하는 등 프리젠테이션(PT)을 방불케 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20번이 넘는 박수로 환영의 뜻을 드러냈지만,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근조리본'을 달고서 본회의장에 들어오는 등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다만 연설 이후에 문 대통령이 본회의장을 돌며 악수를 할 때는, 한국당 의원들도 웃으며 이에 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문 대통령은 9시 36분께 국회에 도착, 여야 지도부와 환담을 한 뒤 10시 2분께 시정연설을 위해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연설 직전 "대통령과 행정부가 국회와의 긴밀한 소통과 협치에 앞장서 달라. 의원 여러분께서도 품격을 갖춰 경청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입장하자 여야의원들은 일제히 기립했고, 문 대통령 일부 의원들과 악수를 하고서 단상에 올랐다.

연설 도중 전광판에는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라는 문구와 함께 촛불집회가 열리던 광장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나왔고, 태극기 사진도 두 차례 등장했다.

연설 도중 다양한 그래프와 도표 등이 동원된 것도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이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악수하는 사진과 함께 "사람 중심경제, 포용적 성장은 세계적 흐름"이라고 강조했고, 분야별 일자리 증가 등을 도표로 설명하며 연설을 끌고 갔다.

35분간 진행된 연설 도중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21차례, 입장과 퇴장 때의 박수까지 합치면 23차례의 박수가 나왔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정의당 의원들도 박수에 동참했다.

의원들은 문 대통령이 적폐청산의 중요성을 강조했을 때나 한반도 평화를 위한 초당적 협조를 요청할 때 박수를 보냈다.

연설 장면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하는 의원들도 눈에 띄었다.

반면 한국당 의원들은 근조 리본을 달고 참석한 것은 물론 의석 모니터에 '민주주의 유린' 손팻말을 붙였고, 연설 도중 박수도 치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마스크를 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지만, 마스크는 하지 않았다.

특히 연설 도중 '공영방송 장악 음모! 밝혀라!', '북핵규탄 UN 결의안 기권! 밝혀라', '北 나포어선 7일간 행적! 밝혀라' 등의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여러 명의 의원들이 함께 들고 일어서 항의를 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 역시 그 현수막을 보면서 연설을 이어갔고,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한국당 의원들이 현수막을 들고 기립해 있는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35분간 연설을 마치자 민주당 의석에서는 환호가 나왔고, 일부 의원들은 "파이팅입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허리를 숙이고 인사를 한 뒤 5분간 본회의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여야의원들과 악수를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현수막을 든 한국당 의원들에게 다가가 밝게 웃으며 악수를 청했고, 그러자 김도읍 의원 등 한국당 의원들은 한 손으로는 비판 현수막을 그대로 든 채 다른 한 손으로 악수에 응하는 등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과 악수한 한국당 의원 중 한 명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이쪽으로 올 줄 몰랐다"며 "오니까 악수는 해야지 어쩌겠나"라고 말했다.

한국당 의원들과 악수를 마친 문 대통령은 이후 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 의원들과 돌아가며 악수를 했다.

문 대통령은 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는 물론, 국민의당 박주선 국회부의장·김동철 원내대표, 천정배 박주선 박지원 의원, 바른정당 김무성 유승민 의원, 정의당 이정미 대표, 무소속 이정현 의원까지 골고루 손을 잡으며 안부 인사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의석에서 환호가 나오자 두 손을 살짝 들어올리며 화답하는 모습도 보였으며, 10시41분께 본회의장 밖으로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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