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 사망·1명 연락 두절…아버지는 올해 암으로 사망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 한 가정의 4형제가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합류하고 난 뒤 이 가정에 불어닥친 비극이 주변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IS 모집책의 먹잇감이 된 4형제 중 3명은 사망, 1명은 연락 두절 상태며, 아들의 생사 확인차 동분서주하던 아버지는 올해 초 암으로 사망했다.

IS에 합류한 아들 4명이 엄마 바시마(가운데 앉은이)와 함께 찍은 사진

28일 호주 언론에 따르면 리비아계 레바논 출신 이민자인 이삼 엘바프는 시드니에서 택시 운전을 하며 아내 바시마, 5남 1녀의 자녀들과 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하지만 2014년 11월 엘바프의 가정에는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이 시작됐다.

17살부터 28살 사이 네 아들이 비용을 전액 부담해 주는 여행 기회를 얻었다며 태국에 가겠다고 집을 나선 것이다.

하지만 머지않아 이들의 최종 목적지가 시리아로 가 IS에 합류하기 위한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또한, 네 아들 중 1명이 여자형제에게 "우리는 (시리아의) 빌라드 알 샴 지역에 왔다. 우리와 천국에서 만나자"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뒤늦게 아버지 엘바프는 아들들의 의심스러운 행적 중 하나로 아들 1명이 정체불명의 남자와 집 밖에서 수 시간 동안 앉아있던 것이 생각난다는 말을 했다.

엄마 바시마는 발표문을 통해 "아들들아, 너희는 우리에게 소중하다. 너희는 잘못한 것이 없다. 돌아오너라. 우리는 너희를 사랑한다"라고 귀국을 간절히 호소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가족의 친구인 자말 리피는 지난해 레바논을 방문했을 때 엘바프 아들 중 최소 3명이 교전 중 사망했다는 말을 들었고 이런 소식은 이미 그 지역사회에 널리 퍼져 있었다고 일간 디 오스트레일리언에 말했다.

이 신문이 자체적으로 알아본 결과, 이들 형제는 시리아에서 사망한 약 80명의 사망자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졸지에 아들 4명을 곁에서 떠나보낸 충격과 고통에 시달리던 아버지 엘바프는 올해 1월 암으로 사망했다.

이 가족의 주택은 현재 사람들이 살지 않아 완전히 문이 닫혀 있고, 바시마는 유일하게 남은 아들과 다른 곳에서 지내고 있다.

리피는 바시마가 완전히 넋이 나간 상태라며 "호주에 남겨진 부모와 형제들은 테러 지원자들의 첫 희생자들이며, IS 증오 이데올로기의 눈에 보이지 않는 희생자들"이라고 신문에 말했다.

리피는 또 "그들은 집을 떠날 때 뒤에 남을 비극에 관해 깊이 생각을 하지 않았다"라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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