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년들’(왼쪽)과 ‘콘크리트 유토피아’ (사진제공=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소년들’(왼쪽)과 ‘콘크리트 유토피아’ (사진제공=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서울=RNX뉴스] 임윤수 기자 =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한국영화들이 영국 런던에서 유럽의 평단과 관객들에 소개된다. 

정지영 감독의 ‘소년들’부터 엄태화 감독의 ‘콘크리트 유토피아’, 강제규 감독의 ‘1947 보스톤’, 신예 김창훈 감독의 ‘화란’ 등 한국영화 16편이 제8회 런던아시아영화제에 초청돼 영국에 상륙한다. 

2023 런던아시아영화제(London East Asia Film Festival, 집행위원장 전혜정)가 1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영화산업 1번지 레스터 스퀘어 오데온 럭스 극장에서 개막해 10월29일까지 12일간의 아시아 영화 축제를 시작한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홍콩, 대만, 싱가포르, 필리핀 등 아시아 8개국에서 현재 가장 주목받는 49편을 초청해 영화를 통해 아시아 문화를 향유하고 교류하는 장이다.

올해 런던아시아영화제는 개막작인 정지영 감독의 ‘소년들’로 축제를 시작한다. 

배우 설경구가 주연한 영화는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일어난 강도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내몰린 3명의 소년에 대한 재수사를 시작하는 형사의 이야기다.

1999년 일어난 실화 사건을 바탕으로 정지영 감독의 힘있는 연출과 묵직한 시선이 담겼다. 

특히 11월1일 개봉을 앞두고 영국에서 먼저 공개되는 ‘소년들’은 한국영화의 저력을 유럽에 확인시키는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폐막작은 엄태화 감독의 ‘콘크리트 유토피아’다. 거대한 재난이 닥친 이후, 폐허가 된 세상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통해 인간 이기주의와 공존의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돌아보게 하는 수작이다. 

내년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영화 출품작으로 선정돼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만큼 이번 런던아시아영화제를 통해 영국에 처음 공개된다는 사실에서 일찍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엄태화 감독과 주연배우 박보영은 직접 런던으로 날아와 영국 관객과 이야기를 나눈다.   

박보영(왼쪽)과 엄태화 감독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박보영(왼쪽)과 엄태화 감독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런던아시아영화제는 개·폐막작을 한국영화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올해는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는 해인데 정지영 감독님은 그 시간 가운데 40년동안 끊임없이 영화를 연출한 거장 감독”이라며 “그의 신작을 런던에서 처음 공개하는 사실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개인과 사회에 대한 시선을 신랄하게 표현하면서도 자본주의 속에 팽배한 우리의 이기심을 담은 수작으로 영화제 기간 관객들과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주제를 다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지영 감독과 엄태화 감독은 런던아시아영화제 기간 영국 관객 및 평단과 만나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한국영화를 이끌어온 거장 감독과 독창적인 세계관을 인정받는 신진 감독의 ‘런던 만남’은 영국 평단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정지영 감독 (사진제공=런던아시아영화제)
정지영 감독 (사진제공=런던아시아영화제)

런던아시아영화제는 올해 특별 섹션으로 ‘정지영 감독 회고전’(Capturing the Real World: The Films of Chung Ji-Young)을 기획하고,  40년 동안 오직 영화 연출에만 매달리면서 한국사회에 건강한 비판을 제기해온 감독의 대표작 8편을 영국에 최초로 소개한다. 

영화진흥위원회와 협력해 기획한 이번 회고전에서는 ‘남부군’(1990년)부터 ‘하얀 전쟁’(1992년), ‘부러진 화살’(2012년)을 포함해 한국영상자료원이 디지털로 복원해 월드 프리미어로 처음 공개하는 ‘할리우드 키드의 생애’(1994년) 등이 포함됐다. 

다양한 소재와 시선으로 한국영화 경쟁력을 높인 작품들도 각 부문에 포진했다. 

‘LEAFF 오피셜 셀렉션’에는 강제규 감독의 ‘1947 보스톤’과 홍상수 감독의 ‘우리의 하루’, 이원석 감독의 ‘킬링 로맨스’가 초청됐다. 

특히 ‘1947 보스톤’은 지난해 ‘비상선언’으로 런던아시아영화제를 찾아 라이징 스타상을 받은 배우 임시완의 신작이자, 그의 열연을 다시 확인할 작품으로 일찍부터 영국 관객의 높은 관심을 얻고 있다.

강제규  감독, 이원석 감독, 김창훈 감독(왼쪽부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강제규  감독, 이원석 감독, 김창훈 감독(왼쪽부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현재 아시아에서 가장 반짝반짝 빛나는 감독의 영화 10편을 소개하는 ‘경쟁부문’에는 송중기·홍사빈이 주연한 김창훈 감독의 ‘화란’과, 주종혁이 주연한 김성환 감독의 ‘만분의 일초’가 나란히 초청됐다. 

하명미 감독의 ‘그녀의 취미생활’은 여성의 이야기를 보다 깊이있게 들여다보는 ‘스토리 오브 우먼’ 부문 오프닝작으로 공개된다.

런던아시아영화제 전혜정 집행위원장은 “올해는 한국영화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을 통해 한국영화의 역사를 축약해 영국에 소개하고자 한다”며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아 40년동안 끊임 없이 활동하는 정지영 감독님의 회고전을 시작으로 1990년대~2000년대 주요 한국영화를 이끈 강제규 감독님, 세계 영화제의 끊임없는 러브콜 속에 매년 작품을 발표하는 홍상수 감독님, 스타일리시한 이야기로 종횡무진하는 이원석 감독님, 내년 아카데미상 한국 대표작으로 선정된 엄태화 감독님과 데뷔작으로 칸에 입성한 김창훈 감독님, 그리고 신인 하명미 감독님의 작품으로 한국영화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영국에 알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런던아시아영화제의 도전적인 시도는 단지 영화를 소개하는 데만 머물지 않는다. 한국영화를 포함해 아시아 영화들이 서로 기획과 제작을 공유하고 활발히 교류하는 플랫폼 구축을 위한 특별한 기획을 시도한다. 

영화 ‘화란’과 ‘헌트’ 등을 제작한 사나이픽처스 한재덕 대표와 홍콩을 대표하는 배우이자 제작자인 고천락이 나선 ‘필름 누아르 전설과 함께 하는 한국·홍콩 영화 토크’가 대표적이다. 

아시아  영화 흐름을 주도하는 제작자들이 ‘누아르’라는 장르에 집중해 영국 관객과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상징적인 자리다.

환경과 다양성 존중 등 동시대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섹션도 마련했다. 이에 맞춰 새만금의 마지막 갯벌을 담은 황윤 감독의 환경 다큐멘터리 ‘수라’가 ‘체리쉬 더 월드’(CHERISH THE WORLD) 부문에 초청됐고, ‘LGBTQIA+’ 부문에서 판빙빙‧이주영 주연의 ‘녹야’ 등 일본과 홍콩 마카오의 작품이 소개된다.

칸, 베를린 등 올해 세계 주요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아시아 영화들도 런던아시아영화제를 통해 영국 관객에 소개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괴물’, 장률 감독의 ‘무영탑’ 등이다. 초청작 가운데 12편은 월드 프리미어, 25편은 영국 프리미어로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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