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균형 깰 '게임 체인저' 직면한 한미 공조 시험대
美 세컨더리보이콧 본격 검토 전망…美·中 협력 '진실의 순간' 임박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북한이 미국의 심리적 '레드라인'(금지선)으로 회자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첫 실험을 단행함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격랑 속에 휘말리게 됐다.

시차상 미국의 독립기념일(7월 4일) 전야인 4일 오전(한국시간) 쏘아올린 북한의 '자칭' ICBM이 추력과 재진입 기술 면에서 현재 자신들이 보유했다고 주장하는 핵탄두를 미국 본토까지 날릴 수 있을 정도의 진보를 이뤘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진 않았다.

하지만 비행고도 2천500km 이상에, 900km 이상의 비행거리라는 객관적인 데이터만으로도 이번 발사가 북한 ICBM 개발의 중대 이정표라는 데는 이견이 거의 없어 보인다.

결국 지난달 30일 한미정상회담을 보며 미국의 강경기류를 확인한 북한은 미국 국경일 조간신문 1면을 자신들의 미사일로 장식할 수 있는 시점에, 아껴뒀던 ICBM 시험발사 카드를 사용함으로써 '마이웨이' 기조를 재확인 했다.

트럼프 행정부 한반도 라인 인선이 지체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월 '마라라고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뤄진 미·중의 대북 공조에 균열조짐이 보이는 시점을 택해 도발의 차원을 한 단계 더 높인 셈이었다.

핵무기로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해지는 수준의 ICBM은 미국 자체의 안보 위협인 동시에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개입을 견제함으로써 한미동맹을 균열시킬 수 있는 '게임 체인저'(전략적 균형을 깰 수 있는 무기)를 의미한다. 결국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종료 사흘 만에 회담 공동성명에 담긴 대북 공조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야 할 중대한 과제를 떠안게 됐다.

ICBM의 문턱에 올라선 북한이 한미가 요구하는 '비핵화 대화'에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우리 정부 주도로 대화 국면을 조성하는 것도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결국 북한은 한미가 전격적으로 조건없는 대화 제의를 하지 않는 한, 추가 미사일 실험과 6차 핵실험 등 ICBM의 실전배치에 필요한 '도발'들을 이어나갈 공산이 커 보인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로드맵대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핵억지력을 기술적으로 완성해 그것을 체제 생존의 보검으로 삼겠다는 것으로, 대화는 (한미 등이) 필요하면 제의하라는 기조"라고 해석했다.

북한의 도발에 맞서 미국 주도의 고강도 대북 제재·압박 모색, 한미동맹 차원의 대북 억지력 과시 등이 이뤄지면서 한반도정세는 당분간 예측하기 어려운 긴장 국면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미국은 제재·압박 강화에 나설 것"이라며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세컨더리보이콧(북한과 거래한 제3국 기업들을 일괄 제재하는 것), 대만에 대한 추가적인 무기 판매 등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더불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으로의 석유 수출을 금지 또는 축소하게 하는 내용의 고강도 제재 결의 채택 움직임이 미국 주도로 이뤄질 수 있어 보인다.

결국 중대 국면에 접어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중 협력이 가능할지, 아니면 미·중간 동북아 전략경쟁 구도가 갖는 한계를 재확인할지도 관심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해결을 위해 미중관계를 흔들 수 있는 결단을 내릴지, 4월 이후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이 거론되는 와중에 석유공급 중단 카드까지 흔들며 북한을 압박했던 중국이 고강도 대북 압박에 나설지 등에 대한 '진실의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천영우 전 수석은 "북한이 한미가 요구하는 비핵화 대화에 나올 수 있는 시나리오는 더 이상의 실험이 불필요할 정도로 핵·미사일 개발을 완성했다고 판단하거나 제재를 견디다 못해 나오는 두 가지 경우뿐"이라며 "지금은 대화와 제재를 이분법적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강하고 포괄적이며 효과적인 제재를 통해 북한이 핵·미사일 전력을 완비하기 전에 대화에 나오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면 상황 악화를 어떻게 방지할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며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한 만큼 비판은 불가피하지만, 상황악화 방지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환경을 남북관계와 국제적인 측면에서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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