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의 자신감 "구보, 나보다 이강인과 먼저 경쟁해야"

(파주=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이승우(19·FC바르셀로나 후베닐A)와 일본 U-20 대표팀 구보 다케후사(16·FC도쿄)는 공통점이 많다.

두 선수 모두 일찌감치 스페인으로 건너가 최고 명문 팀 FC바르셀로나에서 실력을 키웠다.

나이 차이로 인해 함께 뛰지는 않았지만, 같은 숙소에서 먹고 자며 큰 꿈을 키웠다.

이승우와 구보는 바르셀로나가 18세 미만 선수들의 외국 이적을 금지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을 위반해 징계를 받으면서 다른 길을 걸었다.

이승우는 차분히 기다리며 훈련에 집중했고, 구보는 일본으로 복귀했다.

두 선수는 한일 양국 축구의 최고 유망주로 성장했다. 이승우는 바르셀로나 후베닐A에서 주전 선수로 활약하고 있고 구보는 2015년 FC도쿄에 입단해 일본 프로축구 무대를 흔들고 있다.

구보는 역대 J리그 최연소 출전, 역대 최연소 득점 기록을 갈아치웠고, 작년 11월엔 15세 5개월 20일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U-19 대표팀에 발탁됐다.

두 선수는 U-20 대표팀에 발탁돼 20일 개막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 출전한다.

U-20 월드컵은 한일 양국 '축구 천재'에게 자존심을 건 한판 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대표팀은 A조에 속해있고, 일본 대표팀은 D조에 속해 조별리그에선 맞붙지 않는다.

그러나 16강부터는 양 팀이 만날 가능성이 있다.

15일 파주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만난 이승우는 구보와 경쟁 구도를 묻는 말에 "구보가 이번 대회에 출전한다는 소식은 전해 들었다"라며 웃음 지었다.

그는 "구보와는 나잇대가 맞지 않아 한 번도 함께 뛰어본 적은 없다"라며 "구보가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 있을 때 숙소에서 몇 번 만나본 정도"라고 말했다.

본인과 비교는 거부했다. 그는 "구보는 나보다 18세 이하 대표팀 이강인(16·발렌시아)과 비교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진 본인의 실력이 우위에 있다는 자신감이 물씬 풍겼다.

이승우는 "구보가 능력도 있고 장점도 있는 선수지만, 일본의 전폭적인 지원과 시스템으로 성장한 측면도 있다"라면서 "우리나라도 많은 관심과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이승우는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지만 '북한의 축구 천재'라 불리는 한광성(칼리아리)의 존재에 관해서도 입을 열었다.

한광성은 이탈리아에서 축구 유학을 한 뒤 세리에A 칼리아리에 정식으로 입단했다. 최근엔 북한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리에A 무대에서 득점을 기록했다.

이승우와 한광성은 영국 가디언이 선정한 1998년생 최고 유망주 50명에 이름을 함께 올리기도 했다.

엄밀히 따지면, 이승우의 경쟁자는 세 살 밑의 구보보다 동갑내기 한광성이 가깝다.

이승우는 "(가디언 지의)기사를 봤다"라면서 "한광성과 경기를 뛰어본 적이 있다"라고 기억했다.

이승우는 2014년 9월 20일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챔피언십 결승에서 북한전에서 공격수로 뛰었는데, 당시 한광성은 북한의 스트라이커로 출전했다.

당시 한국 U16 대표팀은 1-0으로 앞선 후반 5분 한광성에게 동점 골을 내준 뒤 후반 막판 결승 골을 허용해 1-2로 석패했다.

이승우는 "당시 우리가 1-2로 졌다. 한광성이 골을 넣었다"라고 또렷이 기억했다.

이승우는 '한광성이 성인무대에 먼저 데뷔해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이 자극되지 않나'라는 말에 "나는 내 갈 길을 가고 있다"라며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내가 (한광성에게) 자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이승우-구보-한광성이 펼치는 한국-북한-일본 축구 천재들의 경쟁은 점점 무르익을 전망이다.

일단 U-20 월드컵은 이승우와 구보의 첫 번째 맞대결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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