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RNX 뉴스] 박지훈 기자 = 삯바느질로 다섯 자녀를 키우는 동안 어느덧 인생의 황혼기에 들어선 ‘우리 시대의 어머니’가 유년기를 돌아보며 쓴 시집이 출간되었다.

북랩은 일제 강점기에 고향에서 보낸 유년 시절을 회상하는 팔순 할머니 박효빈 씨의 시집 <고향의 봄 1, 2>를 펴냈다.

이 시집은 작가가 65세 때부터 팔순이 된 지금까지 쓴 268편의 시를 모은 것으로 일제강점기 때 유년 시절을 보낸 경기도 포천 골말이라는 작은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비록 나라를 빼앗긴 엄혹한 시절이었지만 수구초심(首丘初心)의 마음이 되어 돌아가고 싶은 절절한 마음을 담고 있다. 시 ‘빼앗긴 밥그릇’에는 일본 순사가 아침밥이 담긴 놋그릇마저 빼앗아 갔던 아픈 기억을 담았고 ‘고향의 봄’에서는 살구꽃, 복사꽃 피던 고향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노래하고 있다. 이 시들은 읽노라면 저절로 정지용의 ‘향수’를 연상하게 되는 까닭이다.

이 시집은 시가 ‘시인의 전유물’이 아니라 평범한 할머니도 쓸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공감을 얻고 있다. 올해 팔순을 맞은 작가는 일제 강점기와 6·25 한국전쟁 등 굴곡진 한국 현대사를 살아오면서 한복 삯바느질로 오 남매를 키워 공직자로 만든 ‘이 시대의 어머니’ 상에 가깝다. 시대의 풍파와 삶의 역경을 모두 이겨낸 그녀의 시들은 팔순의 할머니가 아니면 쓸 수 없는 삶에 대한 향수와 ‘평범함’이 가진 저력을 배경에 깔고 있다.

저자는 1938년 일제 강점기에 포천 골말에서 태어났다. 1950년 국민학교 4학년 시절에는 6·25 전쟁이 나서 수원으로 피난을 갔다. 전쟁통에 어린 시절을 보내느라 제대로 글을 배울 기회조차 없었지만 자녀들을 다 키울 때까지도 시를 쓰겠다는 일념은 버리지 않았다. 65세부터 쓰기 시작한 시를 차곡차곡 모아서 팔순이 된 올해 시집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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