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 경천
안중근 / 경천

 

여순 옥중 시 / 안중근

 

북녘 기러기소리에 잠을 깨니 

나홀로 달밝은 밤에 누대 위에 있었다.

언제고 고국을 생각하지 않으랴,

 

형제의 백골이 그 삼천리 땅속에 의의하고,

부조는 청산에 역력하다.

우리 집에는 무궁화가 만발해서 날 기다리고있고 

압록강의 봄 강물은 돌아가는 배를 가게해준다,

 

"남자가 뜻을 육대주에 세웠으니 

일이 만약 이루워지지 않는다면 

죽어도 조국에 돌아가지 않을것이다."

나의 뼈를 어찌 선영에다 묻기를 바라는가,

인간이 가는 곳이 이 청산인 것이다. 

 

나막신 대신 지팡이로 동네를 나오니 

강둑에 푸른버드 나무가 빗 속에 즐비하다.

모든 벌이 어찌 금욕주의와 같겠는가 

무릉도원을 배타고 찾는 것이로다.

 

여름에 풍류는 인간이 다 취하고 

가을은 세상일이 손님이 먼저 들기를 기다린다.

헤아려 눈 속에 들어간 뒤에 글자마다 분명할것이다

 

"차라리 대동강의 물이 다 마를지언정 

남자가 처음한 맹세를 배반 못하겠다."

해동에 달이 밝은 것은 선생님의 얼굴이요.

북풍에 맑은곳엔 처사가있다.

 

붉은꽃 푸른버들은 작년봄과 같고 

여름이 지나고 서늘한것이 생기니 가을이 왔구나,

일어나서 머리와 얼굴을 가다듬으니 

누가 나와 함께 여기에 있는가,

 

누런 나뭇잎 덮인 사양 길에 

조금 전에는 작은 어느가게에 있었는데,

백운과 명월은 다시 공산에 떠있다.

희미하게 생각나는 것이 전생의 꿈과 같은데 

고요한 혼백은 죽지않고 돌아올 수 있었다.

 

나의 혼백만이 짧은 지팡이를 짚고 

나의 살던 집을 찾아가니 

부엌의 한 등불만이 나와의 관계인 것이다. 

 

일보 이보 삼보 다가가니 

흰들사이 사이에 꽃들이 피어 있었다.

블그레한 안방에는 향기가 그치질 않았고 

여인의 교태가 반은 머금었고 

부끄러움이 반은 머금었다.

 

가만히 내 죽은뒤에 나를 생각하겠는가 하고 물으니 

두손을 모으고 금비녀를 한것이 끄덕인다. 

마음 속에서는 이별의 말은 계속되고 

이별의 술잔이 손에 닿는것이 더디기만하다.

 

살아서는 오히려 생각하는 날이 있었는데 

죽은뒤에는 어찌 저홀로 가는 때를 견디어 내겠는가

만난 인연이 오래 막혔다고 말하지 말아라

오히려 근심 속에 기약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편지 한장을 날려 천간에 도달하게 할수있어 

나의 사정을 호소하면 그대로 

흔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 남자가 차라리 죽을지언정 마른 마음 속일까 보냐,"

   판사 검사가 어찌 나의 속마음을 알까,

  원수는 갚았고 

  곧 외로운 혼은 땅에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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