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숙 /  Fire by the river
김원숙 / Fire by the river

 

나무는 뿌리 끝까지 잡아 당긴다 / 조은

비는 내리고
나무들이 낮아지는 하늘을 흔들고 있다
높은 새집이 위태롭다
빗속에서 이 하루의 남은 빛을
나무는 뿌리 끝까지 잡아당긴다
어둡다
오늘도 병같은 우리를 덮치는 밤은 어디에서 오는지
온갖 소리들이 젖어 몸에 감기고
기둥 같은 내 슬픔도 완강하게 불어난다
어둠은 늘 내 몸에서 시작된다
내가 있는 곳은 유독 어둡고
바람은 밝은 물방울들을 훑어서 간다
어제의 그 슬픈 별도 숨은 이곳을 등지고
얼마나 멀리 나는 갈 수 있을지
빗물은 낮은 땅을 지우고
물속까지 어둠이 자꾸 모여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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