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별 /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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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별에선

그대도 나도 살 수 없다

달맞이꽃이 피지 않는 별에선

해바라기도 함께 피어나지 않고

폭풍우와 해일이 없는 곳에선

등 푸른 물고기도 그대의 애인도

살 수 없다

때로는 화산이 터져 불줄기가 온 땅을 휩쓸고 지나고

그대를 미워하는 마음 산을 덮어도

미움과 사랑과 용서의 긴 밤이 없는 곳에선

반딧불이 한 마리도 살 수 없다

때로는 빗줄기가 마을을 다 덮고도 남았는데

어느 날읏 물 한 방울 만날 수 없어

목마름에 쓰러져도

그 물로 인해 우리가 사는 것이다

강물이 흐르지 않는 별에선

그대도 나도 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