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파 프리드리히 / 저녁
카스파 프리드리히 / 저녁

 

조용한 이웃 / 황인숙

 

부엌에 서서

창 밖을 내다본다

높다랗게 난 작은 창 너머에

나무들이 살고 있다

나는 이따금 그들의 살림살이를 들여다본다

잘 보이지 않는다

까치집  세 개와 굴뚝 하나는

그들의 사림일까?

꽁지를 까닥거리는 까치 두 마리는?

그 나무들은 수수하게 사는 것 같다

하늘은 그들이 부엌

지금의 식사는 얇게 저며서 차갑게 식힌 햇살이다

그리고 봄기운을 한두 방울 떨군

잔잔한 바람을 천천히 오래도록 삼키는 것이다.

저작권자 © RNX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