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토 조나르 / 호박을 나르는 소녀
파우스토 조나르 / 호박을 나르는 소녀

 

맴맴 / 박소란 

 

그 여름의 숲에서 당신은 물었지 

낯선 초록을 멍하니 바라보던 내게 물었지 

왜 우는가 

왜 너는 울어야만 하는가 

짐짓 어리둥절한 채로 나는 

초록 속으로 초록 속으로 쉼 없이 걸어들어가고 

당신은 물었지 

세상 가장 근심 어린 얼굴로 

왜 우는가 

무엇이 너를 울게 하는가 

나는 무거운 외투를 벗고 

신발도 가방도 놓고 

초록을 한 송이 꺾어 슬며시 주머니 속에 넣었지 

오래오래 그것을 길러 볼 요량으로

언젠가 한번은 당신을 초대할 요량으로 

당신은 물었지 

왜 우는가 

왜 우는가 

나는 그만 길을 잃고 싶었네, 무성한 초록 속에 

당신을 오롯이 남겨 두고 

슬픈 일은 모두 사라져 

시간이여, 

이제 달려간대도 나를 싣고 저 멀리 가버린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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