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과 꽃 / 고은
하고 많은 세월
하고 많이 별을 이야기해도
별은 조금도 가까워지지 않고
그냥 거기서
몇 억 광년 전의 별빛을 보낼 따름이다
아무리 꽃을 노래해도
어린 시절 살구꽃을
뒷날 노래해도
그 꽃들은 좀더 오래 피어 있거나
어쩌거나 하지 않고
그냥 거기서
매일 동안 피어 있을 만큼 피어있다가 져 버릴 따름이다
아닌 바람에 한꺼번에 져 버릴 따름이다
이런 막막한 세상을 우리는
별을 이야기하고
꽃을 노래하면서
나의 별 너의 꽃이라고 가슴 뛰놀고 있다
얼마나 비릿비릿 어린아이들의 늙어빠진 천진난만 그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