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  까마귀가 나는 밀밭
고흐 / 까마귀가 나는 밀밭

 

별과 꽃 / 고은

하고 많은 세월

하고 많이 별을 이야기해도

별은 조금도 가까워지지 않고

그냥 거기서

몇 억 광년 전의 별빛을 보낼 따름이다

아무리 꽃을 노래해도

어린 시절 살구꽃을

뒷날 노래해도

그 꽃들은 좀더 오래 피어 있거나

어쩌거나 하지 않고

그냥 거기서

매일 동안 피어 있을 만큼 피어있다가 져 버릴 따름이다

아닌 바람에 한꺼번에 져 버릴 따름이다

이런 막막한 세상을 우리는

별을 이야기하고

꽃을 노래하면서

나의 별 너의 꽃이라고 가슴 뛰놀고 있다

얼마나 비릿비릿 어린아이들의 늙어빠진 천진난만 그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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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고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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