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철 / 폐지줍는 할머니
권순철 / 폐지줍는 할머니

 

고양이 / 박성우

 

고양이가 새벽 쓰레기를 뒤적인다

부스럭부스럭, 앞발에 뜯긴 비닐봉투가

빈병과 깡통을 신경질적으로 쏟아낸다

 

움칫, 눈이 동그랗게 커진 고양이

솟은 등을 나른한 하품처럼 내려

요란하게 구르는 소리들을 느릿느릿 쫓는다

여전히 쓸만한 몸이라는 듯 데굴

 

데굴 구르다 멈춘 것들을

종이상자 쪼가리와 신문지 위로 떠민다

한바탕 쓰레깃더미에서 나뒹군 고양이

털썩 주저앉아 멀뚱멀뚱 숨을 고른다

 

가시처럼 뻣센 수염이 뻗어 있는 홀쭉한 입

쫘악 벌렸다 오르리고는 뭄뚱이 일으킨다

아랫배에 묻은 흙먼지를 툭툭 털어낸

등 굽은 고양이가 모퉁이 길을 나선다

 

뒤적여 모은 고물 얼기설기 쟁인 손수레 끌고

아슬랑아슬랑 제일고물상으로 들어가는 늙은 고양이.

 

저작권자 © RNX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