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열 / 물방울

 

비 / 이진명 

그녀는 엷은 돌빛의 옷을 입고 왔다 
기다란 치마 흐르며 왔다 
멀리 고향의 산간 지방에서 왔다 
산나리처럼 고개 꺾으며 오래 걸어서 왔다 
제비똥 떨어진 그루터기에서 신발을 고쳐 신으며 왔다 
일요일, 점심 때도 훨씬 지나 도착한 그녀는 
내 집 마당 대추나무 아래 조그맣게 서 있었다
눈 밑 그늘진 곳이 더 파랬다 
오는 대로 나를 불러 깨우지 않고 참! 
언제까지 서 있으려고 바로 깨우지 않고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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