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RNX뉴스] 박진우 기자 = 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생산에 경쟁력이 있다고 해도, 앞으로 세계적 제약 기업들을 유치하지 못한다면 고부가가가치 R&D, 해외 마케팅으로 이어지는 성공은 어렵다고 조언한다. 이에,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바이오제약 강국으로 떠오른 아일랜드, 싱가포르가 세계적 제약사를 성공적으로 유치한 전략을 소개하며, 유사한 수준의 정책지원 방안을 2일 기재부에 건의하였다. 구체적으로 ①‘국가 바이오클러스터’, ② 싱가포르 수준의 세제 인센티브, ③ 바이오제약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정책과제를 제시하였다.

바이오제약, 싱가포르 수준으로 유치시 지금보다 3배가량 클 수 있어

유전자치료제, 백신 등 흔히 주사약의 형태인 바이오의약품은 높은 이익률 및 성장성을 가지고 있어, 세계 각 국이 투자하는 유망산업이다. 바이오제약은 연 7.6%씩 빠르게 성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영업이익률은 전자산업의 3배, 자동차의 7배에 달한다. 우리나라도 최근 셀트리온 등 바이오시밀러 분야 성공, 생산능력 세계 1위(‘18년 예정, 51만L) 능력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갖춰가는 중이며, 싱가포르 수준으로 글로벌 제약사 및 R&D센터로 유치할 경우 2030년에는 지금보다 3배 가량 규모가 커질 전망이다.

아일랜드, 싱가포르는 바이오산업 기반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클러스터 조성, 파격적인 세제 인센티브 제공 등 국가 차원 종합 정책을 추진하여 글로벌 제약사를 유치해 바이오제약을 키운 대표적 사례이다.

아일랜드는 12.5%의 세계 최저 법인세율과 연구소, 병원 등이 갖춰진 바이오클러스터를 앞세워 글로벌 기업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화이자, 로슈 등에 맞춤형 인력을 공급하기 위해 740억 원을 들여 바이오 전문인력 양성기관(NIBRT)도 설립하였다. 그 결과, 아일랜드는 화이자, 노바티스, 로슈 등 대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의 해외거점으로 부상했으며, 최근 5년 간(’11∼’15) 약 4조 원 신규 투자를 유치하였다.

싱가포르 역시 정부 주도의 정책지원으로 성공한 사례이다. ’00년 글로벌 제약사 투자 유치를 목표로 삼은 이래 15년간 270억 달러의 정책 자금을 투입했다. R&D 중심의 ‘바이오폴리스’, 생산 중심의 ‘투아스 바이오메디컬 파크’라는 대규모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글로벌 제약사를 첨단기술 선도기업으로 지정하여 15년 간 면세 또는 5∼15%로 감면해주는 파격적인 세제 정책을 추진하였다. 전문인력 양성도 전액 국비로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노바티스, 로슈, GSK 등 글로벌 10大 제약사 중 7개사가 싱가포르에서 생산설비를 가동 중에 있고, 30개 본사, 50개 R&D센터, 50개의 제조 설비 등 대규모 진출이 이뤄져 있다. 덕분에 싱가포르 바이오산업 생산액은 6배, 고용인력은 3배 증가(’01∼’12)했다.

이에 반해 한국은 글로벌 제약사를 유치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매우 미흡하다. 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바이오클러스터도 없고, 글로벌 제약사가 가장 중요시하는 법인세도 22% 수준이라 경쟁국인 아일랜드(12.5%), 싱가포르(5~15%)보다 크게 높다. 아직 제대로 된 생산인력 교육 시설이 없어 오히려 아일랜드, 싱가포르로 해외연수를 떠나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 진출한 글로벌 제약사 유치는 없고, 진출 후보국에서도 제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경련, 글로벌 제약사 유치 위한 3대 부문 정책 건의

①‘국가 바이오클러스터’| 업계에서는 바이오제약 산업 특성 상 첨단 기술이 요구되고 불확실성이 높은 분야로 대학/연구소 및 병원과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전경련은 싱가포르, 아일랜드 사례를 벤치마킹 하여 R&D, 제조/생산, 영업/지원 등 특화된 클러스터 조성을 제안했다.

* 바이오제약 산업 생태계 : 기술 상업화(제약사↔대학/연구소), 신약 임상시험(제약사↔병원), 기술이전(글로벌제약사↔국내제약사), 기초의학 연구(대학/연구소↔병원) 등

구체적으로 대학/연구소, 병원 등 유관 시설을 갖추어 기초연구 및 인력양성 인프라를 구축하고 입주 기업에게 입지 지원, 수입 자본재 관세 감면 등 다양한 혜택이 제공될 필요가 있다. 또한 글로벌 기업과 공동 연구를 지원하고 공공 R&D를 바이오클러스터 중심으로 활성화할 것을 제안했다.

< 싱가포르 바이오클러스터 >

< 아일랜드 바이오클러스터 >

② 싱가포르 등 경쟁국 수준의 세제 인센티브 마련| 바이오제약 산업의 높은 영업률로 인해 글로벌 제약사는 투자 후보국의 세제 인센티브를 최우선 고려한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아일랜드와 싱가포르를 우선 진출 국가로 고려하는 이유이다. 이에 전경련은 아일랜드, 싱가포르와 경쟁 가능한 수준의 세제 인센티브 마련을 제안했다. 바이오제약과 같이 선도 기술 및 파급효과가 큰 산업에 진출하는 외국기업을 대상으로 조세특례 조항을 적용하여 15년 면세 또는 5∼15%로 감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 ① (영국)샤이어社 : 영국(세율 28%) → 아일랜드(세율 12.5%)로 본사 이전 발표(’08.4월)② (미국)액타비스社 : 미국(세율 35%)에서 아일랜드 기업 Allergan 인수(’14.11월) 후 본사 이전 ③ (스위스)노바티스社 : 싱가포르(세율 17%)에 5억 투자, 생산거점 구축(’12.11월)

③ 바이오제약 전문인력 양성| 바이오산업 인력수급 조사(한국바이오협회, ’15년)에 따르면 기업은 1/3 이상이 기술과 실무경험이 있는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변했다. 생산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고가의 실습용 생산 시설과 장비가 필요해 개별 기관이 독자적으로 하기 어렵다는 것이 협회 의견이다. 이에, 전경련은 아일랜드와 같이 바이오클러스터 인근 대학을 중심으로 교육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를 갖춘 ‘바이오 생산(GMP) 전문학과’ 개설을 제안했다.

*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 의약품 제조 및 품질 관리기준

글로벌 기업 유치시 2.1조원 경제효과, 1만 3천개 일자리 창출

추광호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한 이때에 우리나라로 끌어들이는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며 “유치에 성공한다면 스노우볼 효과로 다른 기업 뿐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핵심 R&D 센터까지 뒤따라 들어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유상 삼성경제연구소 박사는 “글로벌 기업의 생산 공장과 R&D센터를 각각 1개씩 유치할 경우 최대 2.1조원 생산유발 효과, 1만 3천개의 직/간접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계량적 효과 외에도 선진 기술 이전, 글로벌 기업과의 합작 및 해외네트워크 구축, 외환 유입 등 간접효과 또한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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