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RNX뉴스] 최성욱 기자 = 경남 창녕의 한 시골집 마당에 트럭 한 대가 서있다.

트럭의 주인은 올해 80세인 정말석 할아버지. 요즘 할아버지는 트럭을 캠핑카로 꾸미느라 바쁘다.

62년차 목수답게 주름진 손으로 직접 나무를 깎고 다듬는다. 그렇게 탄생한 ‘정말석표’ 캠핑카. 침대며 식탁, 싱크대까지 할아버지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그가 캠핑카를 손수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왜 캠핑카를 타고 떠나고 싶은 것일까? 그에게 캠핑카는 무슨 의미일까?

캠핑카가 완성되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두 사람이 있다. 한 동네에 사는 김정부 할아버지(73)와 이칠군 할아버지(69)다. 두 사람은 매일 아침 정말석 할아버지 집에 출근도장을 찍는다.

삼총사 중 둘째이자 마도로스 출신인 김정부 할아버지는 캠핑카 제작을 총감독, 막내이자 동네 토박이인 이칠군 할아버지는 ‘빨리 만드이소.’하며 재촉을 담당한다. 정말석 할아버지가 개미처럼 열심히 만들면 동생들은 옆에서 베짱이처럼 간섭하는 게 일이다.

할아버지 삼총사는 가고 싶은 곳이 많다. 혹시라도 정말석 할아버지가 안 데려가면 어쩌나 걱정이라는 동생들. 그들은 과연 캠핑카를 타고 어디로 떠날 것인가? 그들은 그곳에서 무엇을 만날까?

할아버지 삼총사의 인연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정말석 할아버지는 6년 전에, 김정부 할아버지는 4년 전에 이 마을로 귀촌했다. 두 사람이 정착하는 데에는 동네 토박이인 이칠군 할아버지의 도움이 컸다.

마늘은 언제 심는지, 약은 언제 치는지 농사에 대해 알려주는 건 물론이고 맛있는 반찬이 있으면 두 할아버지에게 가져다주기도 한다. 정작 본인 밭은 아내인 심영순 할머니(64)에게 맡겨두고 ‘나 몰라라’지만 김정부 할아버지 밭에서는 선뜻 농기구를 집어 드는 이칠군 할아버지.

친구끼리는 서로 돕는 게 당연한 거란다. 할아버지들은 늦게 만난 친구지만 친형제보다 낫다고 입을 모은다. 조금 더 빨리 만나지 못한 게 아쉬워도 세월이란 시계를 돌릴 수는 없으니 어쩌랴. 그래도 인생의 후반전을 함께할 동반자가 있어 삼총사는 마음이 든든하다.

대망의 캠핑 가는 날이 밝았다. 산더미 같은 이불부터 프라이팬, 두루마리 휴지, 진공청소기와 제사상에 올렸던 촛대까지. 집에서 쓰던 각종 살림살이들이 차에 실린다. 언뜻 보면 이삿짐 같지만 이래봬도 캠핑 준비물이다.

한순간에 이삿짐센터 트럭으로 변해버린 캠핑카. 그래도 할아버지들에게서는 콧노래가 흘러나온다. ‘내 나이가 어때서, 캠핑 가기 딱 좋은 나이’란다. 선글라스와 밀짚모자를 맞춰 썼으니 캠핑을 위한 패션도 준비완료. 할아버지들의 꿈을 실은 캠핑카가 드디어 출발했다.

눈앞에 펼쳐진 바다처럼 망망대해 같았던 삶. 때로는 비포장도로도 달렸고, 때로는 길을 잘못 들어 유턴도 했다. 그래도 이미 떠나온 이상 또 다시 직진이다.

한편 ‘사람과 사람들’은 획일화된 삶의 방식에서 문제의식을 느끼고 새로운 삶을 선택하려는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노선과 방식, 새로운 트렌드를 관찰을 통해 조명하고 관계 맺기를 통해어떻게 삶을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즐거움을 주는 휴먼 다큐다.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35분에 방송된다. (사진:KBS '사람과 사람들')

저작권자 © RNX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