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피디의 황우석 사건 10년간 낱낱이 추적

[서울=RNX뉴스] 박지훈 기자 = 도서출판 스틱이 ‘그는 대한민국의 과학자입니다’를 출간했다.

11년 전, 세계를 숨죽이게 한 황우석 사건의 실체와 그 후 황 박사의 행보에 대해 10년간의 취재를 통해 치밀하게 재구성한 책이다. 라디오 피디인 저자는 지금도 논란이 분분한 황 박사 관련 의혹을 끈질기게 추적해 기록했다.

다양한 속설 중 사실을 발굴하고 퍼즐 맞추듯 사건을 재구성했다. 시민 165명의 크라우드 펀딩에 의해 지어졌다.

2014년 1월 세계적인 과학저널인 <네이처>와 <사이언스>가 황우석 박사의 최근 근황을 잇달아 특집기사로 전했을 때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 한 달 뒤 특허가 등록됐다.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실체를 부정했던 황우석 1번 줄기세포가 미국에서 특허로 등록된 것이다. 비판자들은 종이쪼가리에 불과하다고 일축했지만 그로부터 1년 뒤 황 박사는 미국의 줄기세포 석학과 손잡고 중국에서 또 다른 연구를 시작했다.

중국의 바이오기업은 그에게 7천억원대 투자를 약속했고 그는 이미 러시아 북동연방대학과 손잡고 시베리아의 매머드복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최근 중동의 산유국가와 대규모 연구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논란 이후 적게 잡아 32편의 SCI급 국제학술논문을 발표해왔다. 우리는 황우석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며 그에 대한 숱한 속설은 과연 객관 사실에 기반을 둔 것일까.

10명 중 7명꼴로 황 박사에게 다시 줄기세포 연구기회를 줘야 한다는 여론이 잡히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여전히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

10년째 황우석 사건을 추적해온 저자는 “2014년 황 박사에 관한 뉴욕타임스 기사를 보면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실험실로 들어가는 그의 가슴팍엔 여전히 황우석이란 이름 석 자가 한글로 새겨져 있었으니까.

옳고 그름이나 호불호를 떠나 그는 여전히 대한민국의 과학자이다. 왜 기회조차 주지 않고 파묻어버리려 하는가. 이제 사실에 기반을 둬 미래를 일굴 시간이다”고 말했다.

이 책은 10년째 줄기세포 연구기회를 얻지 못한 채 외국을 오가며 연구하는 줄기세포 과학자 ‘황우석 미스터리’에 대한 세상의 편견과 사실왜곡에 관한 이야기이다.

2014년 대법원에서 ‘사기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여전히 희대의 사기꾼 취급을 받으면서 단 1초도 한국에서 줄기세포 연기기회를 허락받지 못한 채 외국을 오가며 줄기세포를 연구할 수 있는 봄날을 기다리고 있는 대한민국 과학자 이야기이다.

평범한 두 아이의 아빠인 시골피디는 줄기세포의 ‘줄’ 자도 몰랐다가 우연히 2005년 12월 16일 황우석 박사와 노성일 이사장 간의 진실공방을 TV로 보면서 10년간의 장기취재라는 지옥문에 제 발로 들어섰다.

사기당한 자가 사기꾼이 되어 주저앉는 이상한 사건에 빨려 들어간 것이다. 그곳에서 본 것은 줄기세포의 진실이었고 난치병 소년의 눈물이었다. 특허전쟁, 음모와 배신, 죽은 개를 복제하고 수만 년 전 얼어붙은 매머드를 깨우려는 첨단과학의 실체였다.

자신의 조국에서 버림받고 연구에 매진하는 대한민국 과학자의 집념이었다. 그것은 차라리 한 편의 영화였다.

그 후 십 년이 흘렀고 그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고 사건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취재를 시작한 날로부터 2015년 12월 31일까지 황우석 사건을 재구성해 기록, 무려 3,665일(10년 15일)이다.

2014년 가을, 황우석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제보자>의 사실왜곡에 맞서 책 출간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에 돌입, 시민 165명의 참여로 책은 제작되었다.

10년간의 법정취재와 연구현장 인터뷰, 다양한 국내외 전문자료 분석을 통해 국제적인 생명윤리 정치와 특허 경쟁의 맥락 속에 펼쳐진 줄기세포의 진실과 기술력의 실체, 죽은 개복제와 매머드복제 시도에 이르는 황우석 박사의 최근 근황까지 빼곡히 적어놓았다.

취재 3,665일, 바이오 경제시대 황우석 연구를 둘러싸고 처절하게 전개된 10년간의 전쟁이 시작된다. 책의 공간적 배경은 황우석 쇼크가 격렬하게 전개된 한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이후 황 박사의 연구여행 코스인 북아프리카의 리비아, 러시아 시베리아, 중국 본토에 이르는 5개국이다.

시골피디는 책을 통해 “옳고 그름을 떠나서 조국에서 버림받고 열사의 땅 리비아와 얼어붙은 시베리아, 그리고 중국 본토를 오가며 사력을 다하고 있는 60대 과학자의 집념과 의지를 담고 싶었다”며 “이 이야기를 지금 이 순간 공정한 기회와 정의로운 터닝포인트를 찾고 있는 모든 분께 들려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이 드라마 같은 이야기의 끝은 어디일까. 한국에서 연구기회를 얻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이 나라를 떠나 중국이든 중동의 어느 나라든 전 세계 난치병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희망이 되는 과학자로 활발히 날개를 폈으면 하는 마음을 간절히 담았다.

성공확률 1.6%, 지난 2005년 세계 최초로 복제개 ‘스너피’를 성공시켰을 때의 성적이다. 언론은 ‘효율이 워낙 낮아 실용화는 어려울 것’이라 평했다. 그러나 7년 뒤 무려 27%의 성공률로 코요테를 복제했고 2014년 평균 35%의 개복제 성공률로 실용화 궤도에 진입했다.

사기꾼 취급받던 황우석팀은 10년도 채 되지 않아 1.6% 희미한 가능성을 35%라는 현실로 만든 것이다. 이것이 과학이 주는 기적이 아닐까.

바이오 경제시대다. 전 세계가 미래 먹거리 주도권을 쥐기 위해 총성 없는 전투를 벌이고 있는 지금 다시 생각해본다.

만일 그때 그 추웠던 10년 전 겨울, 논문조작에 관한 책임은 내가 다 질 테니 6개월만 시간을 달라던, 다시 줄기세포를 만들어서 기술만은 지키고 싶다던 과학자의 그 간절한 절규를 외면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대한민국의 모습은 어떠할까?

지금의 대한민국은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왜 이제껏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헐뜯고 파묻어버리려고만 했을까. 그 묻혀버린 실체 속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단 말인가.

숱한 궁금증과 의혹 덩어리를 단 한 권의 책으로 가슴 시원하게 뚫어줄 것이다. 시골피디는 지금 이 순간에도 모진 병마와 싸우며 눈물의 검색을 하고 계실 분들을 생각하며 또 고뇌한다.

누군가에 의해 덧씌워진 이른바 ‘황우석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다시 줄기세포의 봄이 찾아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 왜 <PD수첩>은 황우석 한 사람만 주저앉히면 된다고 공언했고 불방된 KBS <추적60분>에 담겼던 내용은?
- 서울대가 실체를 부정한 황우석 1번 줄기세포는 어떻게 미국과 캐나다에서 물질특허로까지 등록될 수 있었을까?
- 어떻게 20명이나 되는 젊은 연구원들이 서울대를 나와 빈털터리 황 박사를 따라나설 수 있었는가?
- 서울대는 왜 국제관행인 재연실험기회도 주지 않고 서둘러 결론을 발표했을까?
- 황 박사 연구를 의도적으로 방해해온 ‘업무방해 유죄 확정판결’의 당사자는?
- 시베리아의 매머드 복원 프로젝트는 과연 ‘쇼’일까?
- 독재자 카다피는 왜 그를 리비아로 초청했으며 현재 그는 중국에서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가?

진실을 가릴 수는 있어도 없앨 수는 없다는 말을 믿는다. 우리 생에 꼭 정의가 실현되는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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