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RNX뉴스] 곽태영 기자 = '호남의 내금강'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선운산. 전라북도 고창군에 자리한 선운산은 해발 고도 336m의 나지막한 산이지만, 봄에는 동백, 여름에는 청아한 도솔계곡과 녹음, 가을에는 꽃무릇과 단풍, 겨울에는 설경이 절경을 이룬다.

산의 높이가 무색할 정도로 기암괴석이 웅장한 풍경을 그려내 197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 100대 명산’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번 주 <영상앨범 산>에서는 싱그러운 신록으로 물든 선운산의 봄을 만난다.

이번 여정엔 자영업자 엄명섭 씨(65살)와 그의 딸 엄혜성 씨(35살)가 함께한다. 아내와 작은 보드게임 카페를 운영하며 휴일도 없이 일하는 엄명섭 씨, 산을 사랑하고 모험을 즐기는 그이지만 산행은커녕 외출 한 번 하기도 쉽지 않다.

가장이라는 책임감에 꿈을 접어 둔 아버지에게 늘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던 딸은, 어버이날을 앞두고 아버지와 함께 배낭을 꾸렸다.

부녀는 ‘고창읍성’ 성곽길을 걸으며 여정을 시작한다. ‘모양성’이라고도 불리는 고창읍성은 조선 단종 원년에 외침을 막기 위해 세워졌는데,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꼽히기도 했다.

성곽을 따라 세 바퀴를 돌면 극락승천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길, 부녀는 분홍빛 철쭉을 두른 성곽을 따라 걸으며 가족의 안녕을 빌어본다.

도솔계곡 물길을 따라, 본격적으로 선운산 품에 안기는 일행. ‘구름 위에서 참선하는 산’이란 뜻의 선운산에는 아주 먼 옛날 산마루까지 바닷물이 찼다고 전해진다.

그 당시 배를 묶어두곤 했다는 ‘배맨바위’가 능선 위에서 굽어보는 길, 연둣빛 번진 산길에서 부녀는 모처럼 맑은 숨을 가슴 깊이 불어넣어 본다.

선운산 최고의 전망대 ‘천마봉(284m)’을 지나 여정의 종착점 ‘쥐바위’에 도착하니, 지나온 길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막힘없는 풍경에 벅찬 감동이 밀려온다.

다음날, 고창의 명소 청보리밭으로 해맞이를 나선 일행, 아침 이슬을 머금은 광활한 초록의 바다는 떠오르는 태양빛 아래에서 더욱 찬란하게 빛난다.

오롯이 두 사람에게만 주어진 선물 같은 시간을 만끽하는 일행, 부녀의 정겨운 마음이 청보리의 물결을 타고 파도처럼 일렁인다.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의 은혜를 되새겨보는 시간, 따스한 봄날 부녀의 아름다운 동행을 이번 주 <영상앨범 산>에서 만난다. (사진:KBS '영상앨범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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