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RNX뉴스] 박지훈 기자 = 법원이 법무부의 불법체류자 단속과정에서 건물 밖으로 떨어진 뒤 숨진 이주노동자에 대해, 업무상 재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1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미얀마 출신의 이주 노동자인 A씨 유족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지난해 7월부터 경기도 김포시의 한 신축 공사장에서 철근공으로 일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8월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반원들이 '불법취업 외국인 근로자 단속'을 나오자, A씨는 공사장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가 단속을 피해 도주했다.

A씨는 식당 창문을 통해 도망치려다가 7.5미터 아래로 떨어져 외상성 뇌출혈 진단을 받았고, 치료를 받아오다가 지난해 9월 결국 숨졌다.

이에 A씨 가족들은 지난해 10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 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가 아니고, 사업주가 단속을 피해 도주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부지급 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 가족들은 "불법체류자의 단속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는 사업주의 도주 지시 여부와 상관없이 해당 사업장의 내재된 위험에 해당하므로 업무상 사고에 해당한다"며 "사업주는 규정을 위반하고 이 사건 식당에 출입구를 1개만 설치한 잘못이 있고, A씨 사고 후에 적시에 응급조치를 안 했다"며 소송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업주가 불법체류자에게 도주를 직접 지시하거나, 도피경로를 사전에 마련해둔 경우에만 업무상 재해로 평가할 수 있다"며 "해당 사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사업의 업무와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식당의 시설상 하자가 원인이 되어 추락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며 "단속반원들의 무리한 신체 접촉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볼 근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A씨 가족들 측은 1심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최근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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