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RNX뉴스] 박지훈 기자= 전 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36)이 범행 직후 펜션 주인과 웃으며 태연하게 전화 통화한 음성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4일 제주지법 형사 2주(재판장 정봉기) 심리로 열린 고유정의 6차 공판에서 검찰은 범행 일주일 전과 당일 고유정이 펜션 주인과 통화한 음성을 공개했다. 고유정이 범행 당일 펜션 주인과 전화 통화한 것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오후 8시10분부터 9시50분 전후로 모두 세 차례이다.

고유정은 오후 8시43분 첫 통화에서 펜션 주인에게 “잘 들어왔습니다. 감사합니다”라며 “애를 봐야 해서 조금 뒤에 다시 전화드려도 될까요”라며 전화를 끊었다.

이후 오후 9시20분 걸려온 전화는 고유정의 아들이 받았고, 펜션 주인이 고유정을 찾자 아들은 “(엄마가) 조금 있다가 전화한대요”라고 전달하며 1분만에 끊었다.

오후 9시50분, 마지막 통화에서도 고유정의 아들이 먼저 전화를 받았다. 고유정 아들은 엄마를 찾았고, 고유정은 2분 정도 지난 후에 전화를 건네받았다. 고유정은 펜션 주인과 통화하기 전 아들에게 “먼저 자고 있어요. 엄마 청소하고 올게요”라며 웃으면서 말했다. 이어 고유정은 펜션 주인에게 전화를 늦게 받은 이유에 대해 “(아이와) 물감놀이를 하고 왔다”고 둘러댔다. 이는 전 남편을 흉기로 살해한 것을 ‘물감 놀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당시 고유정이 살해한 전 남편을 이미 살해한 뒤 욕실로 옮겨 흔적을 지우고 있었던 때로 보고 있다. 그러나 고유정은 피해자를 살해한 직후였지만, 밝은 목소리로 웃음을 띠며 펜션 주인과 통화하는 모습을 보여 방청석을 경악시켰다.

검사는 “성폭행당할 뻔했던 피고인이 이렇게 태연하게 전화통화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범행 당일 펜션에서 최소 15회 이상 피해자를 칼로 찌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우발적 범행이라는 고유정측 주장을 반박했다.

또한 펜션을 예약할 당시 고유정과 펜션 주인의 통화 음성도 공개됐다. 고유정은 범행이 있기 약 일주일 전인 5월 17일 펜션 주인과의 통화에서 “사장님, 펜션은 우리 가족만 쓸 수 있는 거죠? 주인분이나 사장님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아니죠?”라며 재차 확인했다. 아이가 몇 살이냐는 질문에 고유정은 “남편이랑 저랑 아기랑 갈 거다. 아기는 지금 여섯 살이다”라고 답했다.

이 같은 음성이 법정 안에서 울려 퍼지자 방청석에선 탄식이 쏟아졌고 검찰측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자의 어머니는 “내 아들을 죽인 살인마와 한 공간에 있다는 게 참담하고 가슴이 끊어질 것 같다”며 “내 아들을 잔인하게 죽이고 명예를 더럽힌 저 살인마에게 법정 최고형을 내려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검찰은 이날 6세 아들이 아버지를 삼촌이라고 지칭하며 ‘카레는 삼촌과 내가 먹었고 엄마는 안 먹었다’고 답했다며 계획된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고유정의 다음 재판은 이달 18일 오후 2시 제주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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