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RNX뉴스] 박지훈 기자= 경찰이 이춘재(56)가 살해한 것으로 확인된 '화성 실종 초등생'의 유골을 수색을 시작했다.

1일 오전 11시쯤 경기도 화성시의 한 공원 입구. 경찰과 가족들의 부축을 받으며 계단을 오르던 아버지 김 모(68)가 털썩 주저앉으며 오열했다.

김 씨는 1989년 7월 7일 화성군 태안읍(현 화성시)에서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실종된 김 양(당시 8세)의 아버지다. 김 씨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막내딸이 사라지자 곳곳을 수소문하고 다녔다.

이후 김양이 실종된 지 5개월 뒤, 인근 야산에서 A 양의 치마와 책가방, 속옷 등 유류품 10여 점이 발견됐다. 국과수 감정 결과 유류품 3점에서 혈액 반응이 나왔지만, 혈액형 등 용의자를 특정할 만한 증거물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1년 정도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연장선에서 김양 실종 사건을 지켜봤지만 별다른 정황이 발견되지 않아 A 양은 '가출인'으로 최종 처리됐다.

그러나 이춘재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화성 사건을 포함한 14건의 살인을 자백하며 김 양 역시 자신이 살해했다고 자백하면서 다시 수사를 재개하게 됐다.

경찰은 1일 오전 이춘재가 김양의 주검 유기 장소로 밝힌 경기도 화성시 한 공원 일대 3600여㎡를 대상으로 유골을 찾기 위한 발굴 작업에 들어갔다.

이곳은 지난 1989년 7월, 하굣길에 실종된 김 양의 시신이 유기된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같은 해 12월 당시 야산이었던 이 부근에서 참새잡이를 하던 주민들은 과거 김양의 것으로 추정되는 치마와 책가방 등 유류품 10여 점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또 이곳은 피의자 이춘재가 유류품과 함께 김양의 주검을 유기했다고 진술한 곳과는 100여 m가량 거리가 떨어져 있는 곳이다. 그러나 그가 지목한 곳은 현재 아파트가 들어서 있어 발굴 작업이 불가능하다.

경찰은 30년의 오랜 세월이 흐른 데다 이춘재가 진술한 유기 장소와는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발굴이 쉽지 않은 상황임에도 수색을 결정했다 .

진술 당시 이춘재는 "김 양을 살해한 뒤 시신과 유류품을 범행 현장 인근에 버리고 달아났다"라고 진술했다고 전해진다.

이날 발굴 작업에 앞서 여동생, 아들과 함께 수색 현장을 찾은 김양의 아버지 김 씨는 수색 지역 초입에 꽃다발을 바치며 김양의 명복을 빌었다.

김양의 고모는 "지난 30년 동안 가족들 모두가 폐인처럼 살아왔다. 당시가 암울한 시대라고 해도 살인 사건을 단순 가출로 취급해 수사할 수 있느냐"라며 "당시 수사를 했던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또 "힘없고 가진 거 없는 사람을 위해 제대로 된 수사를 해달라.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제대로 진실이 밝혀지길 원한다"라고 덧붙였다.

발굴 작업에는 국립 과학수사연구원과 민간 업체 관계자 등 120여 명이 동원됐고, 지표투과 레이더(GPR) 3대와 금속탐지기 등이 투입됐다.

지표투과 레이더는 초광대역(UWB) 전자기파를 발사해 최대 3m 아래의 내부 구조물을 탐지하는 비파괴 탐사 기구다.

작업은 전체 구역을 5㎡씩 나눠 세분화한 뒤 페인트를 칠하듯 지표투과 레이더와 금속탐지기로 한 줄씩 특이사항을 체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투과 작업을 마치면 2일부터 특이사항이 발견된 곳을 10㎝씩 아래로 파내 지질을 분석하는 작업이 이어질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정된 모든 구역을 수색할 수 있도록 각 구획에 번호를 매겨 빠지는 부분 없이 수색을 진행하고 있다"라며 "특이 지형이 몇 개가 나오든 모든 지점을 수색할 계획이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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