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RNX뉴스] 박지훈 기자 = 지난해 12월 31일 자신에게 진료를 받던 정신질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고(故) 임세원(47)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의사자(義死者) 선정이 되지 못했다.

2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6월 25일 열린 복지부 의사상자심의위원회는 임 교수를 의사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의사상자심의위는 당시 상황이 찍힌 CCTV를 확인한 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의사자 지정 요건에 맞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의사상자는 자신의 직무와 상관없이 위험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 또는 재산을 구하다가 숨지거나 다친 사람과 그 가족에 대해 알맞은 예우와 지원을 하는 제도다.

임 교수는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정신질환자의 진료를 보던 중 환자 박모씨가 휘두른 흉기에 가슴이 찔린 뒤에도 도망치기보다 간호사 등 동료 직원에게 대피하라고 소리치며 위험을 알렸다.

이에 지난 6월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동료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한 고인의 숭고한 뜻이 의사자 지정을 통해 기억되길 소망한다”며 임 교수를 의사자로 지정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복지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임 교수의 이런 행위가 적극적·직접적 행위로 명확하게 판단되지 않는다며 의사자 요건에 맞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의사자는 강도·절도·폭행·납치 등 범죄행위를 제지하거나 범인을 체포하다가 사망한 경우 인정되는데 이때 ‘적극적·직접적 행위’가 확인돼야 한다.

그러나 의사상자심의위는 동료 직원에게 대피하라고 소리친 행위는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규정한 ‘직접적 구제행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예컨대 불이 난 상황에서 사람들을 구한다거나 일일이 문을 두드리며 대피하라고 하는 행위가 직접적 구제행위로 인정되는데 임 교수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며 “심사위원들의 이견은 없었다”고 전했다.

임 교수의 유족은 의사자 불인정 결정에 반발해 지난 16일 서울행정법원에 의사자인정 거부 취소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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