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RNX뉴스] 박지훈 기자 = 만취한 직장 상사의 성추행을 피하려다가 베란다에서 추락해 숨진 피해자의 사망에 대해 가해자에게 '피해자 사망'의 책임을 물어 형량을 가중한 것은 정당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3일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준강제추행 혐의를 받은 이모(42)씨에게 징역 6년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받아들여 확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 씨는 지난해 11월 6일 강원 춘천시에서 동료 직원들과 회식한 뒤 술에 취한 여직원 A(당시 29세)씨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추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이튿날 새벽 이 씨가 화장실을 간 틈을 타 현장에서 벗어나려고 했다가 아파트 8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졌다.

1심은 "피해자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도 귀가하려 했으나 이 씨의 제지로 귀가를 못했고, 추행을 당한 뒤 이 씨 집 베란다 창문에서 추락해 사망하게 됐다"고 추행과 사망의 관련성을 인정해 징역 6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씨는 이에 불복하며 “준강제추행 행위와 A씨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데도 1심이 이를 핵심적 양형조건으로 삼았고, 양형기준으로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를 적용한 것은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2심에서는 “이씨가 직장상사로서 A씨를 보호·감독할 지위에 있었음에도 A씨를 보호하기는커녕 만취상태를 이용해 추행했다”며 “A씨 상태를 의도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비난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귀가하려는 A씨를 자신의 집까지 데려가 재차 추행할 수 있었던 데는 두 사람 사이 권력관계도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라는 점을 양형기준상 특별가중인자로 고려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히며 이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피해자가 범행 현장에서 벗어나려는 과정에서 숨진 결과는 범행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며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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