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RNX뉴스] 최성욱 기자 = 최근 몇 년 간, 문화계에서 웹툰은 독보적인 콘텐츠 소스였다. 웹툰은 영화, 드라마, 게임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2차, 3차 콘텐츠로 확대 생산되었으며 이에 따라 인기 웹툰을 활용하고자 하는 여러 업계의 관계자들의 러브콜도 쇄도했다.

실제로 많은 장르에서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의 성공 사례가 이어졌다. 2014년 신드롬을 일으켰던 tvN의 드라마 ‘미생’과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과 투쟁을 조명한 JTBC의 2015년 드라마 ‘송곳’이 바로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최근 논란 속에 막을 내린 tvN 드라마 ‘치즈 인더 트랩’ 역시 웹툰이 원작이며 동명의 모바일 게임이 올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개발중이다.

영화계에서는 윤태호 작가의 원작 ‘내부자들’이 9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 초 극장가를 달궜고 ‘은밀하게 위대하게’와 ‘패션왕’ 등 여러 웹툰 원작 작품들이 영화화 되어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게임업계에서도 웹툰의 IP를 기반으로 한 다수의 작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고 인기 웹툰 ‘신의 탑’과 ‘갓 오브 하이스쿨’, ‘아메리칸 엑소더스’ 등 인기 웹툰 기반의 게임이 출시되어 많은 관심을 받았고 조석 작가가 10년 동안 연재 중인 ‘마음의 소리’도 모바일 게임으로의 출시를 앞두고 사전등록을 시작했다.

이처럼 웹툰이 콘텐츠 수급처로 주목받다보니 인기 작품 계약은 하늘의 별따기가 되었고 유명세를 떨친 웹툰의 IP(지적 재산권)는 이미 동이 난 상황. 이제 콘텐츠 업계는 대안으로 다른 시장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바로 웹소설이다.

문화 웹 매거진 ‘아이즈’의 보도에 따르면, 2013년 네이버 웹소설의 등장 이후, 웹소설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해왔다. 조아라와 문피아 등 대표적인 웹소설 사이트들은 작년 120억여 원에 달하는 연매출을 달성했고, 웹소설 시장의 전체 매출이 해마다 2~3배씩 뛰면서 올해 웹소설 시장 규모가 800억 정도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타난다.

웹소설을 원작으로한 콘텐츠의 효시를 찾자면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늑대의 유혹’, ‘그 놈은 멋있었다’ 등 귀여니 작가의 다수 작품이 영화화 되었으나 그 이후 2차, 3차 콘텐츠로 재탄생한 작품들은 명맥을 찾기 어려웠다.

 이런 와중에 이번 주 초 게임계에서 의미있는 소식이 전해졌다. 2007년부터 웹소설로 시작해 현재 47권까지 연재 중인 달빛 조각사의 게임화다.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 중인 ‘달빛조각사’는 웹소설과 동명의 웹툰으로 각각 400만명과 9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오프라인에서도 100만권 이상이 팔려나간 국내 최상위권 베스트셀러 판타지 소설이다.

바람의 나라, 리니지, 아키에이지 등의 개발을 총괄한 엑스엘게임즈의 송재경 대표가 지휘봉을 잡은 첫 모바일 게임이다.

복고 열풍을 일으킨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국민 남편 택이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박보검이 차기작으로 선택한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도 웹소설이 원작이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2013년부터 총 131회에 걸쳐 연재된 인기 웹소설로 배경은 19세기 조선이다. 순조의 아들인 효명세자를 주인공으로 19세기 조선의 부활을 꿈꾼 효명세자와 역적의 딸로 운명을 함께한 여인 홍라온 등 조선 청춘들의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

지난 1월 네이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네이버 웹소설에 정식 연재된 작품의 누적 조회수는 약 18억건이었다. 작품당 1497만건에 해당한다. 지난 3년 간 네이버 웹소설 플랫폼에 연재된 모든 작품의 누적 조회수는 약 95억건으로 나타났다.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2차 창작물 제작도 활발해지고 있다. 현재까지 네이버 웹소설을 통해 정식 연재된 197개 작품 중 32%에 달하는 64개 작품이 종이책으로 출간됐고 '법대로 사랑하라' '이웃집에 늑대가 산다' 등 11 작품이 영화 및 드라마 판권 계약을 맺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각화된 이미지가 존재하는 웹툰과 달리 텍스트로만 구성된 웹소설은 정형화된 틀에 갇히지 않고 비교적 자유로운 상상력을 더해 작품을 가공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며 “’달빛조각사’와 ‘구르미 그린 달빛’의 사례처럼 두터운 독자층을 가진 인기 웹소설의 2차 가공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둬 웹소설 시장이 다시금 조명 받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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