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환영식·만찬 등에서 인사만…한일 외교장관 회동에도 '다음 기회에'
강제징용 판결 등 냉랭한 관계 반영한 듯…'日 참의원 선거 후 추진' 관측도

(오사카=연합뉴스) 이상헌 박경준 기자 =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오사카(大阪)를 방문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결국 정상회담을 하지 못한 채 2박 3일간의 방일 일정을 29일 마무리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G20 정상회의 기간 아베 총리와의 회담이 열릴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 등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냉랭한 분위기를 끝내 극복하지 못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애초 청와대가 지난 25일 오사카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가 열리기 직전까지도 한일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26일 연합뉴스 및 세계 6대 뉴스통신사와 합동으로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한일관계 발전을 위한 두 정상 간 협의에 대해 나는 언제든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기회를 활용할 수 있을지는 일본에 달려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날 G20 정상회의 개막 후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공식환영식과 정상 만찬 등에서 만나 악수하며 눈을 맞추는 등 잠시 반가운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으나 특별한 친밀감을 드러내는 제스처는 없었다.

특히 공식 환영식에서 취재진 앞에 선 양 정상은 8초간의 악수만 한 채 헤어져 현장에서는 현재 한일관계를 그대로 반영한 장면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일 양국은 막판까지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회담 개최와 관련한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으로 보인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오사카에서 G20 외교장관들과의 만찬이 끝난 뒤 오후 9시께 따로 만나 한반도 문제와 한일관계 전반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두 장관이 만난 시간이 길지는 않았으나 이번 회동이 예정돼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풀 어사이드(pull aside·약식회담) 형식의 만남이라도 여는 문제를 논의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일본에서의 마지막 일정이었던 한·캐나다 정상회담을 소화할 때까지도 아베 총리와 별도의 만남은 없었고 한일 정상회담은 훗날을 기약하게 됐다.

G20 정상회의 기간 한일 정상회담이 불발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가 국내 정치 상황을 고려한 전략적 판단을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다음 달 21일 치러지는 일본 참의원 선거가 끝나고 나면 양국이 다시금 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아베 총리와의 회담이 불발된 가운데 문 대통령은 사흘간 중국·인도·인도네시아·프랑스·러시아·캐나다 정상과 양자회담을 했다.

28일 아르헨티나·네덜란드 정상과의 약식회담을 포함하면 일본에 머무는 동안 총 8개국과 정상회담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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