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내용 왜곡 '가짜뉴스'에는 SNS 대응으로 성과 거두기도

(글래스고=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보도에 불만을 지닌 이들이 회사로 몰려와 시위하면, 이들을 건물 안으로 들여 직접 대화를 나누곤 합니다. 의견 일치를 보지는 못하더라도, 상대방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거든요."

지난 4일 영국 글래스고의 BBC 스코틀랜드 지사에서 이뤄진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BBC 공공정책·대외협력 부문 이사인 이언 스몰은 시청자와의 끊임없는 소통을 강조했다. 이번 취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으로 이뤄졌다.

그에 따르면 영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유튜브를 비롯한 소셜미디어로 뉴스를 접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언론 신뢰의 위기를 겪는 중이다.

실제로 최근 언론재단이 공개한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리포트 2019'를 보면 영국은 뉴스 신뢰도에서 조사 대상 38개국 중 21위로, 상위권에 들지 못했다.

스몰은 "최근 '가짜뉴스'가 급증하는 가운데 BBC 역시 시청자 신뢰를 얻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게다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논쟁적 사안이 불거지면서 영국 내 여론이 양극단으로 분열됐고,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객관적 시각을 유지하려는 BBC조차 찬반 양쪽으로부터 "보도가 편파적이다"라는 비판을 받게 됐다는 것이 스몰의 분석이다.

스몰은 "최근 수년간 브렉시트 등 이슈를 보면 이분법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 여론이 양극화는 가운데 '중간지대(middle ground)'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면서 "모두가 '내 편이 아니면 내 적'이라고 생각하게 되다 보니 (중립적 관점에서 보도하는) BBC 같은 매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스몰 이사는 뉴스 사용자와의 적극적인 스킨십을 통해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BBC는 올해 초 시민들과 직접 접촉하는 소셜미디어(SNS) 조직을 꾸려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온라인상에 BBC 보도내용이나 의도를 오해·왜곡하는 내용이 올라오면, 이 팀의 가짜뉴스 담당자가 SNS를 통해 직접 게시자와 접촉하고 조목조목 사실관계를 알려주는 '팩트체크'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이언은 "부정확한 언급에 대해 담당자가 설명해주면, 게시물 내용을 고치거나 삭제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효과적인 것은 '면대면 대화'라고 힘줘 말했다.

특히 방송사를 항의 방문하는 일반 시민들을 절대로 그냥 지나치지 않고, BBC 책임자가 직접 이들의 입장을 청취하고, 관련 보도에 대한 BBC의 입장도 충분한 시간을 들여 설명한다는 것이다.

그는 "같은 자리에 앉아 커피나 차를 마시고 얘기하다 보면 시위대 측에서 '브렉시트는 BBC 보도가 아닌 정부의 책임이 제일 크다'고 납득하고 간다"면서 "의견 일치를 보지는 못하더라도, 이해의 폭을 넓혀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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