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6월30일 화재참사로 유치원생 등 23명 희생
화성시 "씨랜드 터 추모시설 포함된 궁평관광지 조성 추진"

(화성=연합뉴스) 최해민 최종호 기자 =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백미리.

화성시청에서 궁평항 방향으로 가다가 백미리 해송림 군락지로 우회전해 마을 길을 따라 2㎞가량 산으로 들어간 곳에 다다르면 "사유지, 들어오지 마시오"라고 적힌 무미건조하고 냉랭하기까지 한 문구와 마주하게 된다.

한때 오토캠핑장으로 탈바꿈했던 수련시설을 통과해 비탈길을 내려가면 잡초만 무성하게 자란 채 방치된 폐허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꼭 20년 전 유치원생 19명과 인솔교사 4명 등 23명이 희생된 씨랜드 화재 참사의 현장이다.

서쪽으론 화성8경에 속하는 '궁평낙조'를 조망할 수 있는 바다와 접해 있고, 지금은 물이 빠져 형태만 남아있지만 대규모 수영장까지 갖춰져 적어도 체험학습장 입지로는 안성맞춤이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화마가 휩쓸고 간 숙소용 컨테이너 자리엔 잡풀이 어른 허리 높이까지 거칠게 자라 과연 이곳에 청소년수련원이 운영됐을까 싶은 생각마저 들게 한다.

사유지인 씨랜드 옛터 곳곳에는 그날의 교훈을 되새길 추모비 하나 마련돼 있지 않고, 대신 누군가 가져다 놓은 건축용 자재와 쓰레기만 널브러져 있어 을씨년스러움을 더했다.

지금도 많은 사람의 뇌리에 생생한 씨랜드 화재참사는 희생자들의 대부분이 고사리손을 한 유치원생들이었기 때문에 사회에 던져준 충격파와 아픔이 더욱 컸다.

1999년 6월 30일 오전 1시 30분께. 모두가 단꿈에 젖어있을 시간에 당시 경기도 화성군 씨랜드 청소년수련원에서는 불의의 화재가 발생한다. 서울의 한 유치원에서 내려와 이곳에 입소했던 원생과 교사들은 창졸간에 화마의 희생자들이 되고 만다.

수사기관 조사에서 수련원 301호실에 피워놓았던 모기향 불이 가연성 물질에 옮겨붙으면서 불이 난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났을 정도로 씨랜드 수련원은 작은 불씨에도 취약한 시설이었다.

숙소가 컨테이너 가건물로 이뤄지다 보니 화재 당시 뿜어져 나온 유독가스에 강력한 화염이 더해져 인명피해를 키운 전형적인 인재였다.

당시 유치원생들과 초등학생들의 체험학습 열기에 편승해 소방안전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컨테이너 숙소를 날림으로 만들어 성수기에 학생들을 유치했던 무모함이 결국 참사의 불씨가 된 셈이다.

이 사건으로 당시 씨랜드 원장 박모씨는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징역 1년 및 금고 4년형을 확정받았다.

아이들이 안타깝게 희생된 씨랜드 화재 참사는 당시 우리 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화성지역에서는 재발을 막기 위한 시스템 점검에 들어가면서도 '씨랜드'라는 말 자체를 금기시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던 중 씨랜드 참사 10주년을 맞은 2009년 당시 최영근 화성시장이 씨랜드 참사 10주년 추모행사를 현장에서 열고, 추모 시설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 뒤로 시장이 두 번 바뀌는 동안 추모 시설 건립 계획은 어떤 이유에선지 제대로 진척되지 않았다.

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현장 주변에는 씨랜드 참사가 있었던 곳이란 사실을 알 수 있을 만한 어떠한 표식이나 안내문도 없는 상태다.

그나마 최근 들어 화성시는 궁평관광지 조성계획을 수립하고 씨랜드 터를 포함한 백미리 일대 14만9천여㎡를 추모 시설이 포함된 관광지로 만드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궁평관광지는 훼손돼 가는 해송림 등 자연자원을 보존하고 캠핑 시설을 특성화해 궁평낙조, 해송군락지 등 자연경관을 활용한 대규모 관광지 조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궁평관광지 계획에는 최대한 자연환경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씨랜드 터 안에 추모공간을 조성해 그날의 아픔을 잊지 않겠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현재 토지매입은 전체 부지 가운데 75%가량 완료된 상태로 내년까지 관광지 조성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편집자 주 = 오는 30일은 경기도 화성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참사가 발생한 지 20년 되는 날입니다. 갯벌체험에 나선 유치원생 19명과 인솔교사 등 모두 23명이 희생된 '씨랜드 참사'는 컨테이너 가건물로 이뤄진 날림 수련원 시설에 대한 불법 인·허가, 소방시설 미비 등의 문제가 결합한 전형적인 인재로 꼽힙니다. 연합뉴스는 씨랜드 참사 20년을 맞아 당시 참사 현장의 현재 모습과 추모시설 건립현황, 그리고 어린이 안전 시스템의 현주소를 살펴보는 기사를 상하 2편으로 제작해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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