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담배소송 세미나' 개최…"담배업계 공격, 담배종결전으로 맞불"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다국적 담배회사가 각국 정부의 담배규제 조치를 무력하기 위한 공격에 나서면서 우리나라도 '담배종결전'(Tobacco Endgame)에 동참하기 위해 전략적 연대를 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4일 서울 포스트타워에서 건강보험 도입 42주년과 국민 건강보장 30주년을 맞이해 '2019 담배소송 세미나'를 개최하고 이 같이 밝혔다.

이날 세미나에서 다국적 담배회사가 우리나라를 비롯해 각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사례가 소개됐다.

먼저 담배규제협약연합 아메리카 지역 조정관인 에두아르도 비앙코(Eduardo Bianco) 박사는 필립모리스가 우루과이 정부를 상대로 제소한 담배소송의 의미를 설명했다.

2010년 2월 우루과이와 미국, 스위스에 기반을 둔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의 3개 지주회사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우루과이의 담배규제정책이 불공정하다며 제소했다.

당시 우루과이는 담뱃갑 경고 문구·그림 면적 제한과 회사별 단일 표시 요구, 담뱃값 인상 등의 정책을 시행해 흡연율을 감소시켰다.

필립모리스 측은 우루과이 정부에 규제조치 완화를 조건으로 법적 분쟁의 중단을 제시했지만, 세계보건기구(WHO)와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등 국제 사회의 지원에 힘입어 2016년 우루과이 정부가 소송에서 최종 승리했다.

에두아르도 비앙코 박사는 "해당 소송은 대표적인 '전략적 봉쇄소송'"이라며 "필립모리스가 원한 것은 분쟁을 일으켜 우루과이 정부의 담배규제정책을 후퇴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런데도 우루과이 정부가 최종적으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자국 내 담배확산연구센터 등 시민사회단체의 노력과 국제사회의 관심과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한국필립모리스가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청구 소송 역시 이 같이 담배규제 정책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식약처 측 소송 대리를 맡은 이동국 변호사는 정보공개청구 소송은 담당 부서와 공무원을 압박해 소극적인 업무처리를 하도록 하기 위한 수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소송이 진행되면 결과적으로 궐련형 전자담배 배출물질의 추가적인 조사, 인체 유해성 실험은 늦어지게 된다"며 "담배회사는 그사이 신규 제품을 출시해 규제를 피하거나 늦출 목적으로 소송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담배회사의 공격은 각국에서 시장지배력을 지닌 업체와 결탁하는 방식으로도 진행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건보공단 담배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임현정 변호사는 "담배회사 내부 문건 자료를 보면 필립모리스 등 다국적 담배회사들은 한국 시장 진입 직후부터 KT&G와의 우호적 관계 형성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했다"며 "KT&G가 벌인 개인 담배소송에서도 필립모리스가 배후에서 소송 전략과 대응 자원들을 지원한 점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담배회사와의 소송에 맞서기 위해서는 정부의 명확한 입장과 학계, 시민단체 등의 전략적 연대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강영호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정부가 지난 10여년간 담배 관련 소송에서 담배에 결함이 없다는 점을 지적해 온 입장을 담배회사가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담배회사는 과거 소송에서 정부가 담배 소비자들이 흡연의 유해성을 인식하고 자유로운 선택으로 흡연을 했다고 주장한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며 "건보공단과 식약처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를 포함한 정부의 입장이 명확하게 정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와 달리 활동 범위에 한계가 없는 시민사회는 가장 중요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며 "담배 소송 과정에서 정부, 학계, 시민단체 간 광범위한 내용 공유와 공동인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세미나를 준비한 건보공단은 "담배회사들의 과거 잘못을 분명하고 명확하게 책임 규명하면 정부의 규제에도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이라며 "담배종결전을 향한 우리 모두의 노력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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