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최고지도자 14년만에 방북…북중 정상회담·우의탑 참배 예정
시진핑-김정은 두 차례 회담 할듯…축하공연 등 환영행사 관심
북중 수교 70주년 관계 격상·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 계기 기대
中정부 고위급 대거 수행…제재 고려해 中기업 인사는 동행 안해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김윤구 김진방 특파원 = 미·중 무역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의 최고지도자로는 14년 만에 20일 북한 국빈 방문에 나선다.

이번 방북은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이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인 상황에서 이뤄져 시진핑 주석이 북미대화 재개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오전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전용기를 타고 평양을 방문해 21일까지 1박 2일간의 국빈 방문 일정을 소화하게 된다.

시 주석은 오찬 전 평양 순안공항(평양국제비행장)에 도착해 환영의식을 시작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할 것으로 보이며, 이틀간의 일정을 마친 뒤 21일 오후 베이징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중국의 국가 최고지도자가 방북하는 것은 2005년 10월 당시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북·중 수교 이후 중국의 국가주석이 방북하는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후 주석에 앞서 장쩌민 전 주석이 1990년 3월과 2001년 9월 두 차례 북한을 찾았고 류사오치(劉少奇) 전 주석이 1963년 9월 방북했다.

시 주석 개인으로는 지난 2008년 국가부주석 신분으로 북한을 방문한 이후 11년 만이다.

이번 방북에는 딩쉐샹(丁薛祥)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외교담당 정치국원,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허리펑(何立峰)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등 중국 내 고위 인사들이 대거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등 양국 간 경협에 제한 요소가 남아 있기 때문에 중국 기업 인사 등은 이번 방문에 동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이 공식으로 밝힌 방북 일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개별 만남과 정상회담 그리고 북·중 우의탑 참배 행사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금까지 네 차례나 일방적으로 방중하며 러브콜을 보낸 끝에 시 주석의 답방이 성사된 점을 고려하면 북한은 이번에 최고의 의전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북·중 정상의 역대 교류 관행을 따른다면 시 주석이 이날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하면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마중을 나올 가능성이 크다. 공항에서 인민군 의장대 사열 등 영접 행사 후 백화원 영빈관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카퍼레이드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1박 2일이라는 짧은 일정을 고려하면 20일 오후에 바로 1차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후진타오, 장쩌민 전 주석이 2박 3일로 방북했을 때도 첫날 바로 회담을 했다.

이후 김정은 위원장 부부가 참석한 가운데 시 주석을 위한 환영 만찬이 진행될 전망이다. 만찬 이후에는 집단 체조 '인민의 나라' 등 축하공연을 관람할 가능성이 크다.

21일에는 북·중 친선의 상징인 북·중 우의탑을 참배하고 김 위원장과 오찬을 겸한 2차 회담을 한 뒤 귀국길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의 평양 도착 등 방문 일정을 생중계하는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양국 모두 사회주의 국가로서 언론의 실시간 보도가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 주석이 귀국할 때쯤에나 정상회담 결과가 공개될 가능성이 더 크다.

중국 측 역시 이번 방북 취재에 신화통신과 관영중앙(CC)TV, 인민일보, 국제재선(國際在線·CRI) 등 관영 매체 취재진 10여 명만 선별해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이 밝힌 시 주석의 이번 국빈 방북의 목적은 북·중 수교 70주년을 기념한 북·중 관계 강화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에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북·중 정상은 평양에서 제5차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수교 70주년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격상하는 선언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혈맹 수준으로의 복원은 힘들겠지만 전략적 밀월 관계를 다지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 보인다.

또한,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양국 간 경제, 문화, 인문 교류 활성화와 더불어 수교 기념일인 10월 6일에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 초청도 언급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친서를 보내는 등 북미 비핵화 협상의 재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8일 시 주석과 전화통화를 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북미대화 재개와 관련한 시 주석의 역할이 이번 방북에서 부각될 전망이다.

시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김 위원장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유도하면서 중국이 남북미 주도의 비핵화 프로세스에 동승하는 결과를 끌어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은 북한 노동신문에 기고를 통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대화와 협상에서 진전을 이루도록 기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북·중 정상 선언문에 관련 내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도의 강력한 대북제재로 시 주석이 이번 방북에서 대규모 경제 지원을 약속하지는 못하겠지만 비공개로 수십만t의 쌀과 비료 등 인도적 지원이라는 선물 보따리는 풀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소식통은 "북·중 수교 70주년을 명분 삼아 양국 간 전략적 밀월 강화로 북·중 모두 대미 협상력을 끌어올리려 할 것"이라면서 "시 주석은 과거 방북한 전임자들처럼 대규모 인도적 지원이라는 선물로 성의 표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면초가인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 다시 나오고 싶은데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서는 그 중재 역할을 중국이 맡도록 하면서 중국의 대미 협상력을 높이고 북한 또한 실리를 챙기는 모양새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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