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의회 연설과 더불어 가장 비중 있게 준비
비핵화 교착 빠진 현 상황 평가하며 북미에 타개 노력 촉구할 듯
메시지 수위 따라 쾨르버 재단 연설 같은 '선언' 수준 될지도 관심사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 등 북유럽 3국을 국빈 방문한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7일 브리핑에서 이번 순방의 키워드로 혁신성장과 포용국가 실현, 한반도 평화 정착을 제시했다.

하노이 핵 담판 결렬 후 북미 대화가 장기간 교착에 빠진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세 가지 키워드 중 가장 관심을 끄는 단어는 단연 '한반도 평화'다.

방문국 중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12월 노벨평화상을 받은 노르웨이가 포함돼 있다는 점과 맞물려 문 대통령이 순방 중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노르웨이 오슬로 방문 기간 오슬로 대학에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기조연설 등을 통해 한반도 프로세스 지지에 대한 사의를 표하고 한반도에서의 평화 정착을 향한 우리의 여정을 설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북유럽 순방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웨덴 의회 연설과 함께 오슬로 대학 기조연설을 가장 중요한 일정으로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문 대통령 역시 노벨평화상 시상지로 평화를 상징하는 무대인 오슬로에서 비핵화 대화를 진전시킬 동력을 찾고자 할 것이라는 해석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오슬로 연설에는 먼저 문 대통령이 '하노이 노 딜' 후 이어지고 있는 비핵화 대화의 교착 상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북미 간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는 비핵화 협상에 대한 문 대통령의 진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향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큰 그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2주년을 맞아 이뤄진 특집 대담에서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 북한의 발사체 발사를 두고 "일종의 시위성 성격으로 판단한다"고 말해 비핵화 판 전체가 흔들리지는 않았다는 인식을 내비쳤다.

이 때문에 이번 오슬로 연설에서도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북한과 미국에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가 가장 주목되는 지점이다.

남북미 정상 모두에게 '톱다운' 방식의 해법이 최우선 선택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해 '촉진자역(役)'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는 한편, 이를 토대로 북미 정상이 이른 시일 내에 마주 앉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북한의 발사체 발사를 비롯한 '저강도 도발' 등에도 불구하고 북미 정상 간 신뢰를 해치는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는다는 점은 문 대통령이 오슬로 연설에서 북미에 더욱 적극적인 태도를 촉구하는 데 긍정적인 대목으로 분석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취재진을 만나 최근 제기된 북한 인사의 처형설을 부인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적절한 시기에 3차 정상회담을 하기를 고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하노이에서의 2차 북미 정상회담 후 좀처럼 북미 대화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오슬로에서 내놓을 메시지의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이달 말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계기에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과의 회담으로 비핵화 국면의 전환점을 마련하는 데 공을 들이고자 하는 만큼 그에 앞서 북미에도 좀 더 높은 수준의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발판이 됐던 2년 전 독일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처럼 이번 연설도 '선언' 수준의 효과를 지닐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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