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의 책임으로 '강제노역형'설이 나돌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사에 참석하며 건재를 확인했다.

조선중앙통신은 3일 김정은 위원장이 전날 제2기 제7차 군인가족예술소조경연에서 당선된 군부대 군인가족예술소조의 공연을 관람한 소식을 전하면서 수행 간부에 그동안 대미 협상을 총괄해온 김영철 부위원장이 포함됐음을 알렸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 4월 열린 노동당 제7기 4차전원회의에서 장금철에게 통일전선부장직을 넘긴 후 국가적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나 51일만에 김 위원장의 행사에 참석하며 건재함을 과시한 것이다.

특히 김 부위원장은 김정은 위원장과 같은 열의 왼편 다섯 번째 자리에 앉아 다른 부위원장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앞서 일부 언론은 지난달 31일 하노이 협상 결렬의 책임을 지고 김영철 부위원장이 "(통일전선부장에서) 해임 후 자강도에서 강제노역 중"이라고 대북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북한의 이번 보도는 남쪽 일부 언론에서 나온 김영철 강제노역설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그동안 북한은 남쪽에서 북한 인사 관련해 사실과 다른 보도가 나올 경우 공개적으로 반박하기보다는 정치 행사 참석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오보'임을 알린 경우가 적지 않다.

일부 남쪽 언론에서 외부 음란물 비디오 청취 등으로 처형당했다고 보도했던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과 박근혜 정권 시절 정부가 처형설을 흘린 리영길 군 총참모장, 마원춘 국무위 설계국장 사망설도 북한은 공식 반박 대신 주요 행사 참석자 소개 방식으로 바로 잡았다.

사실 김영철 부위원장이 그동안 겸직했던 통일전선부장을 내놓고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회의 직후인 지난 4월 13일 이후 51일간 주요 정치행사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어떤 식으로든 하노이 노딜에 대한 책임을 졌을 가능성이 있다.

김 부위원장이 이번에 김 위원장과 함께 공연을 관람한 당 부위원장 중에서 종전과 달리 맨 마지막에 호명됐다.

하지만 정치적이나 형사적 처벌을 받았다기보다는 북미회담 과정에서 비대해진 권한의 일부를 내려놓는 등 역할조정 조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 부위원장이 하노이 노딜 이후 치러진 김정은 2기 권력 재편과정에서 통일전선부장 직책을 제외하고는 당 부위원장, 정치국 위원, 국무위원회 위원,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등 모든 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하노이 회담 실패를 분석 평가 과정에서 통일전선부 중심으로 이뤄지던 대미 외교와 대남 업무를 분리하고 대남사업 총괄 성격의 당 부위원장과 실무 책임자인 통일전선부장도 따로 두기로 업무 조정을 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북미 협상이 당 통일전선부와 미 중앙정보국(CIA)을 매개로 시작돼 하노이 회담까지 이어졌지만, 앞으로는 통일전선부가 손을 떼고 외무성이 전담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하노이 노딜 이후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등 외무성이 대미 비난 발언을 쏟아내며 외교 전면에 나서는 양상이다.

아울러 북한이 김영철 부위원장의 건재를 공개한 것으로 미뤄 일부 언론에서 불거진 김혁철 국무위 대미특별대표의 처형설 등도 사실이 아닐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한 고위층 출신의 탈북자는 "대미 협상을 총괄하며 김정은 위원장과 밀착해온 김영철을 놔두고 힘없는 실무자들을 혁명화도 아니고 처형까지 했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3월 말에 외무성 간부들을 처형했다는 한 일본 매체의 보도도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영철이 사실상 핵심 보직을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미뤄 잘 믿어지지도 않고 사실 여부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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