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한마음회관서 2시간 여 대치…울산대로 주총장 긴급 변경 10분만에 의결
노조 "주주에 장소변경 고지 안돼 위법 주총" 소송 제기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허광무 김근주 기자 = 현대중공업이 31일 노조의 극렬한 반발 속에서 주총장을 긴급히 옮겨 법인분할(물적분할) 주주총회를 통과시켰다.

노조는 "중대한 절차 위법인 주총은 원천무효"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 주총장 한마음회관서 노사 2시간 30분여 대치

현대중공업 주주 감사인 변호사, 주총 준비요원, 질서 유지요원, 주주 등 500여 명은 이날 오전 7시 45분께 노조가 점거 농성 중인 동구 전하동 한마음회관에서 100여m 이상 떨어진 진입로 입구까지 도착해 주총장에 들어가려다 주총장 안팎을 점거한 노조에 막혀 대치했다.

주주 등은 현대중공업이 제공한 회색 상의 점퍼와 흰색 헬멧을 쓰고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출발해 주총장까지 걸어서 갔다.

하지만 한마음회관 내부와 회관 앞 광장을 점거 중인 노조원 2천여 명은 오토바이 1천여 대로 주총장 진입로와 입구를 모두 막고 주주들의 입장을 봉쇄했다.

노사는 서로 법인분할 찬성과 반대 구호 등을 외쳤다.

현대중공업은 한마음회관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주총을 열어야 하니 퇴거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아 양측은 3시간가량 대치했다.

회사 측은 그러나 대치만 한 채 실제 진입하지는 않아 우려한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

금속노조는 이런 노사 대치 현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공권력 투입 시 울산지역 사업장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금속노조 최대 사업장인 현대차의 하부영 노조 지부장도 "주총장이 침탈되면 현대차 전 조합원의 농성장 집결 지침을 내릴 것"이라고 밝히며 압박했다.

경찰은 이날 전국에서 온 기동대 경력 64개 중대 4천200명을 주총장 등에 배치해 충돌에 대비했다.

회사는 이처럼 주총장 입구에서는 노조 측과 대치하는 가운데 오전 9시 전후 울산 본사 정문 앞에는 버스 10여 대를 주차시켜놓고 회사 출입을 막는 차벽을 세웠다.

이 때문에 회사가 사내에 있는 체육관 등지에서 주총을 열 가능성 등에 대비해 상당수 노조원이 본사 정문 앞으로도 집결했다.

노조는 주총장인 한마음회관과 울산 본사 정문 앞 양쪽에서 집회하며 대치 국면을 이어갔다.

◇ 주총장 긴급 변경 후 법인분할 통과…노조 반발

노사 대치 속에 오전 10시 30분께 회사 측이 주총 장소를 남구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변경하고 오전 11시 10분 주총을 개회한다고 공지했다.

현대중공업 임시 주주총회 의장은 "2019년 1차 임시 주주총회가 예정된 시간과 장소에서 개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이에 부득이하게 당사의 임시 주주총회 시간과 장소를 변경하니 안내방송과 게시된 안내문을 참조해 달라"고 밝혔다.

노조는 회사의 주총장 변경 결정에 모든 조합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울산대로 이동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현대중에서 울산대까지 40분 이상 걸릴 수 있어 노조가 그전에 주총장을 막기에는 물리적으로 쉽지 않았다.

회사는 오전 11시 10분 넘어 주총 개회를 하고 법인분할 안건을 10여분 만에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뒤늦게 주총장에 도착한 노조원들은 체육관에 들어가 일부 시설과 기물을 파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법률원은 이날 주총과 관련해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약 3% 주식을 보유한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이번 주총 안건인 회사분할이 통과될 경우 고용 관계나 노동조합 활동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주주총회에서 의견 표명을 하기는커녕 참석조차 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법률원은 "이처럼 주주들의 자유로운 참석조차 보장되지 못한 주주총회는 결코 적법하다고 볼 수 없고, 위법한 주주총회에서 통과된 안건 역시 유효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현대중 노조도 이번 주총은 원천무효라며 소송하겠다고 반발했다.

한 우리사주조합원은 "주총장 변경에 대해 아무런 공지를 받지 못했다"며 "이런 주총은 불법이고 무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회사가 법인분할 되면 자산은 중간지주회사에, 부채는 신설 현대중공업에 몰리게 돼 구조조정과 근로관계 악화, 지역 경제 침체 우려가 있다며 주총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법인분할이 필요하다며 고용안정과 단체협약 승계를 약속하고 노조에 대화를 촉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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