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조끼 등 안전장치 미비 수두룩…"안전불감증에 사고 우려"
슬로베니아 블레드 호수· 태국 수상시장선 한국인 관광객 사고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 사고에서 인명피해가 커진 이유로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 착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점이 꼽힌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상 관광상품 중 안전장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경우는 수두룩하다.

지난해 유럽 이탈리아로 어머니와 여행을 다녀온 사업가 김형중(36) 씨는 베네치아에서 곤돌라를 탔다. 10명 정도 타는 곤돌라에는 구명조끼가 없었다.

김 씨는 "세계적인 관광지인데도 구명조끼 없이 배를 탄다는 것에 놀랐다"며 "옆에 큰 배들도 지나가는데 부딪혀서 뒤집히면 어떻게 하나 겁이 나더라"고 말했다.

공무원인 장모(50) 씨는 지난해 8월 여행사를 통해 슬로베니아와 헝가리 등 동유럽을 도는 패키지 투어를 다녀왔다.

슬로베니아에서는 유명 관광지인 블레드 호수에서 나무배를 탔다. 나무배에는 10명 정도가 타고 사공이 노를 져 가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어디에도 구명조끼는 없었다.

장 씨는 "배 양쪽에 관광객들이 앉는데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게 몸무게를 맞춰 앉아야 할 정도로 배가 작고 출렁거렸다"며 "구명조끼나 안전장치도 없어 이건 아니다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2월 블레드 호수에서는 보트를 탔던 한국인 관광객들이 물에 빠지는 사고가 났다.

당시 한국인 관광객 10명이 보트에 탔으며, 다행히 승객 모두가 구조됐지만 일부 승객은 저체온증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아야 했다.

최근 유럽 지역을 여행한 직장인 김 모(33) 씨도 프랑스 파리와 벨기에 브뤼헤 등에서 유람선·보트를 타는 여행 상품을 이용했지만, 어디에서도 구명조끼는 지급받지 못했다고 했다.

김 씨는 특히 보트를 타고 브뤼헤 지역 수로를 약 한 시간가량 둘러보는 여행 상품은 좁은 수로에 배가 많이 다닌 탓에 위험요소가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좁은 수로에 배들이 많아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되긴 했지만, 관리자나 다른 여행객들이 모두 아무 말이 없었다"며 "설마 무슨 일이 있을까 생각해 그냥 탔다. 유럽여행에서 구명조끼를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태국 방콕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온 직장인 박 모(39) 씨는 방콕 인근 암파와 수상 시장에 갔다.

관광객을 태운 배가 지나가면 상인들이 작은 배에 음식이나 기념품을 싣고 와 음식도 사 먹고 주변도 구경하는 상품이었다.

박 씨는 "나무배에 모터를 달아 생각보다 속도가 빠른데 작은 배들이 주변에 많아 아슬아슬했다"며 "충돌 위험이 있는데도 구명조끼는 없었다"고 전했다.

암파와 수상 시장에서도 2015년 한국인 관광객 31명이 탄 보트가 맞은 편에서 오던 다른 배와 충돌해 20명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안전 장비나 시설이 있어도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하거나 말이 통하지 않아 이해하지 못 하는 경우도 많다.

공무원 오아현(26) 씨는 2013년 호주 시드니에서 뉴칼레도니아, 바누아투 등 섬을 구경한 뒤 시드니로 회항하는 11박 12일 크루즈 여행을 했다.

오 씨는 "구명보트는 있었지만, 구명조끼는 보지 못 했다"며 "승무원이 매우 많았지만, 따로 안전교육을 받은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직장인 정이준(28)씨는 체코와 영국 런던, 미국 뉴욕 등 여러 곳에서 유람선을 탔지만, 구명조끼를 입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정 씨는 "정기적으로 운항하는 유람선이어서 특별히 위험하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며 "이번 사고처럼 배가 순식간에 가라앉으면 구명조끼가 있어도 착용하지 못 해 위험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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