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공무원, 영흥도 사고 때 12시간 늦게 복귀했다 견책…불복소송 패소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주말 앞뒤로 연차 휴가를 썼더라도 주말에 비상상황이 발생했다면 비상소집에 응할 의무가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박양준 부장판사)는 A씨가 해양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견책 처분 취소 소송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해경 본청의 중요 직책을 맡고 있던 A씨는 2017년 12월 15명의 사망자를 낸 인천 영흥도 낚싯배 충돌 사고 당시 비상소집에 12시간 늦게 복귀했다는 이유로 견책 처분을 받았다.

사고가 난 날은 일요일로, A씨는 당시 주말 앞뒤로 하루씩 연차 휴가를 내고 인천 자택에서 쉬고 있었다.

A씨는 견책 처분에 불복해 소청심사를 청구했다가 기각당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토요일과 공휴일에 연속해서 연가를 사용하는 공무원들의 관행과 현실 등에 비춰보면, 연가 기간 중의 토요일 등도 역시 연가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며 사고 당시 자신은 비상소집에 응할 의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와 달리 보게 되면 비상소집 대상인 공무원들은 연가기간 중에도 관내에서 대기해야 한다는 불합리한 결론이 되고, 주말을 연계해 연가를 사용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게 돼 직장과 가정의 양립이 위태로워진다"라고도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사고 당시 원고는 피고의 비상소집에 응할 의무가 있었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연가와 토요일 등 주말은 엄연히 다르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우선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은 '휴가 기간 중의 토요일 등은 그 휴가 일수에 산입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휴가에 해당하는 연가와 휴일에 해당하는 토요일 등을 명시적으로 구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근거할 때 "토요일 등의 법적 의미, 비상소집 응소 의무가 개인적인 계획이나 주관적인 사정에 따라 달라진다고 할 수 없다"며 "가정과 일의 양립, 또는 공무원의 휴가 관행 등을 이유로 연가와 연속된 토요일 등을 그렇지 않은 토요일 등과 달리 봐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찰공무원 복무 규정상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하면 2시간 이내에 복귀가 어려운 지역으로도 휴가를 갈 수 있는 만큼 가정과 일의 양립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 사고의 부실한 대처 등이 언론에 보도돼 해양경찰을 비롯한 공직 사회 전반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고 국민적 공분을 초래할 위험이 발생했다"며 "징계위원회가 원고의 과거 경력을 모두 고려해 가장 가벼운 견책을 의결한 만큼 타당성을 잃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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