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 불발 시 15일 첫차부터 '스톱'…61개사 7천400여대 참여 예상
정부, 요금인상 요구…서울시·노조 "국고 보조가 우선"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서울 시내버스 노동조합이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14일 지방노동위원회 조정 결과에 따라 파업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해결책으로 요금 인상을 제시했지만, 서울시가 난색을 보이는 가운데 버스 노조 역시 국고 보조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13일 서울시버스노조에 따르면 노조와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14일 오후 3시 서울지방노동위원회 2차 조정 회의에서 막판 협상에 나선다.

노조는 15일 0시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오전 4시 첫차부터 운행을 중단할 방침이다.

이번 파업에 참여하는 버스 회사는 마을버스를 제외한 서울 시내버스 전체 65개사 중 61개사다. 버스 대수는 약 7천400대에 이른다.

서울시버스노조는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근무시간 단축을 비롯해 5.9% 임금 인상, 정년 연장, 학자금 등 복지기금 연장을 요구한다.

사측은 경영상 부담을 이유로 임금 인상과 복지기금 연장에 반대한다.

그나마 서울은 준공영제(적자분을 지자체가 보전해주는 제도)로 인해 경기 등 다른 지역보다 근무 여건이 나아 주 52시간제 현안에서는 한발 물러서 있다.

작년부터 인력을 300명 이상 추가로 채용하고, 운행 횟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주 52시간제를 단계적으로 적용한 덕분이다. 서울시 버스 기사의 평균 근로 시간은 47.5시간이고 평균 임금(3호봉 기준)은 경기도보다 80만원 많은 390여만원이다.

정부는 파업을 막을 대안으로 지자체에 요금 인상을 제시했지만 서울시는 '인상 요인이 크지 않다'며 난색을 보였다. 그러나 서울시와 수도권환승할인으로 묶인 경기도는 단독으로 요금을 올리기는 어렵다며 서울시에 동반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기도의 인상분은 사후정산으로 얼마든지 돌려줄 수 있다"며 "경기도 입장만을 고려한 동반 인상은 명분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버스노조는 요금 인상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주 52시간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요금 인상보다 국고 보조가 우선해야 한다"며 "일단 파업을 피하기 위해 사측과 협상에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통상 3∼4년 단위로 요금을 인상해온 점을 고려하면 서울도 인상 시기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온다.

서울 버스 요금은 2015년 6월 27일 성인 교통카드 기준 1천50원에서 1천200원으로 150원 인상된 후 4년째 동결 상태다.

이 기간 서울 버스업계 적자가 쌓이면서 지난해에만 서울시 재정 5천402억원이 적자분을 메우는 데 투입됐다. 올해도 2천915억원이 투입될 예정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적자분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서울시의 예상이다.

현재 서울 버스는 승객 한 명당 약 190원의 적자가 난다. 2017년 1인당 수송원가는 1천15원이었는데 평균 운임은 827원에 불과해 188원이 적자였다.

하지만 택시 요금을 올린 지 석 달밖에 안 된 데다 적자가 누적된 지하철 역시 요금 인상 요인이 큰 점을 고려하면 서울시가 버스 요금 인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들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버스 요금을 올리려면 시민 공청회, 시의회 의견 청취, 물가대책심의위원회 심의도 거쳐야 한다.

서울시는 우선 파업에 대비해 지하철 증편 및 운행시간 연장, 택시 부제 해제, 전세버스 투입 등을 준비 중이다.

서울 버스 파업은 2012년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협상 시한을 40분 넘긴 오전 4시 45분께 노사 합의에 이르면서 첫차 운행만 40분가량 중단됐을 뿐 전면 파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2015년에는 첫차 운행 10분을 앞두고 오전 3시 50분께 극적으로 노사 협상이 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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