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정말 배우는 게 많아요. 대회 한번 치를 때마다 내 골프 실력이 팍팍 올라가는 느낌이 들어요"

오는 10일 개막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출전자 명단에는 루이자 알트만(Luiza Altmann)이라는 낯선 이름이 포함됐다.

스물한살 알트만은 브라질인이다. 브라질 상파울루 근교 도시에서 태어나 자랐다.

브라질 주니어 골프 국가대표를 지냈고 작년에는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에서 뛴 알트만은 지난 4월 한국에 왔다.

알트만이 지구 반 바퀴를 돌아 너무나도 낯선 한국까지 온 이유를 묻자 "더 나은 골프 선수가 되기 위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올해 초 LET 대회 출전차 머물던 말레이시아에서 우연히 '신데렐라 스토리 오브 KLPGA'에 참가한 게 한국과 인연이 됐다.

외국인 여자 프로 골프 선수를 대상으로 서바이벌 대결 방식으로 2명을 뽑아 KLPGA투어 대회에서 10차례 출전권을 주는 '신데렐라 스토리 오브 KLPGA'에서 그는 낙방했지만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한국 여자 골프를 직접 경험하고 배우겠다며 한국행을 결심했다.

그는 경기도 수원 영통에 숙소를 얻고 경기도 용인 기흥 컨트리클럽에 훈련 캠프를 차렸다.

그는 "15살 때부터 미국으로 골프 유학을 했다. 교습비가 비싸고 유명한 레슨 코치에게도 배워봤다"면서 "하지만 세계 최강의 한국 여자 골프를 본바닥에서 배워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알트만은 타이거 우즈(미국)의 코치로 유명한 행크 헤이니에게도 배웠다. 알트만은 "하루에 수업료가 1천 달러였다"며 웃었다.

프로 골프 선수라지만 알트만은 한국에서는 어떤 프로 대회도 마음대로 출전할 수 있는 이른바 시드권자가 아니다.

다행히 알트만은 일정한 자격을 갖춘 외국인 프로 선수에게 주어지는 초청 선수 자격으로 KLPGA투어 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다. 그는 LET에서 뛰었고 올해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부인 시메트라투어 시드를 갖고 있다.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스와 KLPGA 챔피언십 등 2차례 KLPGA투어 대회 출전을 통해 알트만은 KLPGA투어의 경쟁력을 생생하게 체험했다.

두번 모두 꼴찌에 가까운 순위로 컷 탈락했던 알트만은 "다들 놀라울 만큼 실력이 뛰어나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알트만이 특히 KLPGA투어 선수들에게 놀란 건 엄청난 집중력이었다.

"샷을 할 때나 퍼트를 할 때나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한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알트만은 "정상급 선수나 중하위권 선수나 모두 경기 때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더라"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런 한국 선수들의 집중력은 연습 때도 다르지 않더라고 알트만은 전했다.

"미국에서 골프를 배울 때는 전혀 느껴보지 못한 분위기"라는 그는 "연습장에서 한국 선수들 틈에서 연습하다 보면 저절로 집중하고 열심히 하게 된다"며 웃었다.

세번째 KLPGA투어 대회인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을 앞두고 알트만은 퍼트 연습에 공을 들였다.

그린까지 가는 과정은 KLPGA투어 선수와 비교해서 크게 뒤지지 않지만 그린 근처나 그린에서 잃는 타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큰 차이가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번에는 컷을 꼭 통과하겠다"는 알트만의 진짜 목표는 내년에는 KLPGA투어 시드를 따는 것이다.

초청 선수로 출전할 수 있는 대회는 10개로 제한되어 있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이후에도 7차례 KLPGA투어 대회에 나설 수 있지만 알트만의 스케줄은 7월 열리는 KLPGA투어 인터내셔널 퀄리파잉 토너먼트(IQT)에 맞춰져 있다.

IQT에서 3위 이내에 들면 KLPGA투어 시드전에 출전 자격을 준다. 시드전에서 40위 안팎이면 내년 KLPGA투어 시드를 받을 수 있다.

KLPGA투어 시드를 못 따도 IQT에서 5위 이내라면 KLPGA투어 2부인 드림투어 시드가 보장된다.

수이샹(중국), 첸유주(대만) 등이 작년 IQT를 통해 올해 드림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다.

알트만 역시 KLPAG투어 시드가 목표지만 그게 아니라도 드림투어 시드라도 따서 한국에서 프로 선수로 뛰겠다는 각오다.

알트만은 내년 도쿄 올림픽 출전도 고대하고 있다.

현재 월드컵 랭킹에서 브라질 선수 2위지만 1위 미리암 나글이 출산을 앞두고 있어 무난하게 브라질 대표 선수로 올림픽에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에는 국가당 2명씩 출전한다.

브라질 인구는 2억2천만명에 이르지만, 골프를 치는 사람은 고작 1만5천명뿐이다.

알트만은 "그 많은 브라질 사람이 모두 축구 아니면 배구만 한다"면서 "나도 축구는 엄청 했는데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알트만은 골프를 좋아하는 아버지 덕에 8살 때부터 골프채를 잡았다. 아버지는 딸을 골프 선수로 키우려고 15살 때 온 가족을 이끌고 미국 플로리다로 이주했다.

알트만은 "아버지는 사업차 브라질과 플로리다를 오가는 힘든 나날을 보내면서도 나를 위해 희생했다. 정말 고마우신 분"이라면서 "그런데 한국에 와보니 한국 아버지들은 다 그런 분들 같더라"고 말했다.

알트만은 한국에 온 지 두달이 조금 넘었지만, 적응은 무척 빠르다.

한식을 즐겨 먹을 뿐 아니라 한국어도 제법 알아듣는다. 카카오택시 앱을 깔아 능숙하게 사용한다.

샷을 하고 '굿샷'이라고 외쳐주면 알트만은 고개를 숙이며 "감사합니다~"라고 크게 외친다.

알트만의 한국 생활을 지원하는 쿼드스포츠 이준혁 대표는 "예의가 바르고 심성이 착하다. 무엇보다 낯선 한국까지 혼자 와서 뭔가를 배워가려는 개척 정신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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