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끝나고도 '필요한 선수'로 평가받고 싶다"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SK 와이번스 불펜진의 화두는 '스피드'다.

미국과 일본프로야구를 경험한 '늦깎이 신인' 하재훈(29)과 서진용(27), 시속 150㎞를 넘나드는 두명의 우완 파이어볼러가 마무리를 맡고, 시속 140㎞대 중후반의 직구 구속을 찍는 좌완 김태훈(29)이 불펜의 주축이다.

하지만, 염경엽 SK 감독은 "빠른 공을 지니지 않더라도 베테랑 투수 한두 명은 1군 불펜진에 있어야 한다. 그래야 불펜진에 구심점이 생긴다"라고 했다.

그 역할을 우완 박정배(37)가 하고 있다.

박정배의 올 시즌 직구 평균구속은 시속 141㎞다. KBO리그 직구 평균구속인 시속 142㎞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SK는 포크볼, 슬라이더, 커브, 투심 패스트볼 등 다양한 공을 던지고 제구력도 갖춘 박정배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만난 박정배는 "아직 부족하다. 몸은 정말 좋은 데 아직 구속이 올라오지 않았다"며 "이제 나는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가 됐다. 시즌이 끝나고도 '필요한 선수'로 평가받고, 당당하게 2020시즌을 맞이하는 게 올해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박정배는 팀에 꼭 필요한 투수다. 올 시즌 박정배의 1군 성적은 12경기 1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4.97이다. 평균자책점이 다소 높지만, 최근 3경기에서 3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벌이고 있다.

또한, 견고한 투구로 1.18의 준수한 이닝당 출루 허용(WHIP)을 기록 중이다.

박정배가 팀에서 인정받는 또 다른 이유는 리더십과 배우려는 자세다.

현재 1군 투수진에는 박정배의 후배들뿐이다. SK 투수진은 "박정배 선배가 라커룸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어주신다. 분위기 전환이 필요할 때는 묵직한 한마디도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정배는 이런 평가에 손을 내저으며 "SK 후배들은 잔소리할 틈을 주지 않는다. 알아서 잘하고 있다"며 "나만 잘하면 되는 것 같다"고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보였다.

그는 호투하는 후배들을 보며 '이유'를 찾기도 한다.

박정배는 "우리 팀 젊은 투수들은 자기 관리가 정말 철저하다. 야구를 대하는 태도도 정말 진지하다. 매일 감탄한다"며 "후배들을 보면서 '내가 20대 중후반에 저 정도로 철저하게 관리했다면 더 좋은 몸으로, 더 좋은 공을 던졌을 것이다. 후배들이라도, 배울 게 있으면 직접 묻고 배운다"라고 했다.

어제의 아픔은 쉽게 털어내고, 내일을 준비하는 젊은 투수들의 태도도 배우고자 한다.

박정배는 "나는 등판 결과가 좋지 않으면 쉽게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 결국, 상쾌하지 않은 몸 상태로 '내일'을 맞이하곤 했다"고 털어놓으며 "젊은 투수들은 경기장을 떠나는 순간, 아픔을 털어내더라. 더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있는 좋은 습관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정배의 경험도, SK 후배들에게 좋은 교과서가 된다. 박정배는 마무리, 중간계투, 추격조를 모두 경험했다. SK 불펜진 모두에게 값진 조언을 할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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