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법무장관 발언, 나름 사정 있을 것"

(영종도=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가 논란에 휩싸인 문무일 검찰총장이 향후 논의를 "긴박하게 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문 총장은 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향후 간부 회의를 열어 직접 논의하겠느냐'는 질문에 "긴박하게 하지는 않겠다"고 답했다.

자신의 거취를 묻는 말에는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자리를 탐한 적이 없다"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비판적인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는 "옳은 말씀이시고 나름의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검찰의 내부 동요에 대해서는 "차차 알아보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 밖에 수사권 조정안과 관련한 구체적인 입장에 대한 질문들에는 "조만간 상세하게 차분히 말씀드릴 기회를 갖겠다"는 답변을 거듭 내놓았다.

발언 내용을 종합해보면 애초 취지와 어긋난 해석으로 커진 논란을 일단 가라앉히고, 향후 차분하면서도 치밀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문 총장은 정치권 등으로부터 '입법 과정에 대한 부적절한 비판을 했다'거나 '검찰총장이 반기를 들었다'는 등의 비판을 받던 상태다.

문 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나름의 사정'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에 다시 반박하는 식으로 논란을 키우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검찰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지만, 국정과제를 수행하는 정부 부처이기도 한 법무부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문 총장은 그러면서 귀국길의 주된 메시지로 '국민 기본권'을 내놓은 뒤 향후 차분하고 상세한 설명을 하겠다고 밝혔다.

기본권이라는 명분을 중심으로 치밀한 논리를 구성해 대응하겠다는 뜻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기자간담회 등 형식을 통해 내부 토론을 거친 검찰의 입장을 밝히는 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애초 문 총장이 귀국 직후 대검찰청 고위 간부들과 향후 대응 방안과 사태 수습책 등을 논의하리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그는 바로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휴기간 회의 등을 열 계획도 현재로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긴박하게 대응하기보다는 심사숙고의 시간을 거쳐 잘 정돈된 입장을 내놓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날 문 총장이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거취에 대한 입장 표명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거취를 표명해 논란을 증폭시키기보다는 자신의 임기에는 신경 쓰지 않고 차분히 대응하겠다는 뜻에 가까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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