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RNX뉴스] 박은경 기자 = 이번주 SBS 스페셜에서는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장내 세균의 능력, 그 신비한 세계를 소개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배가 살살 아프고, 배가 아프면 기분이 슬슬 나빠지는 당신, 이 모든 게, 내 몸 속 보이지 않는 작은 세균들의 계획이라면? ‘똥’이 약이 되고, 세균이 최첨단 치료제로 등극한 지금, 당신은 세균의 지배를 받는 新인류 ‘호모 박테리우스’의 시대를 살고 있다.

장내 세균, 인간을 만들다

소화기관인 ‘장’ 속에는 어림잡아 100조, 많게는 400조 마리에 가까운 세균이 살고 있다. 그 종류만도 수 천 가지를 넘는 장내 세균은 다양한 대사 물질을 만들어 인간의 면역, 비만, 나아가 감정까지 좌우한다. 따라서 건강한 장내 세균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임신한 여성은 아이를 위해 본능적으로 몸속의 유익균을 집합시킨다. 분만 과정에서 아기가 산도를 빠져나오며 엄마의 유익균을 흡수하면, 이들이 아기의 장에 정착한다. 인간과 장내 세균의 공존은 수백 만 년에 걸친 진화의 산물이다.

건강한 장내 세균을 찾아서

올해 열아홉 살 세윤 씨는 하루 수십 번 복통과 설사를 반복하는 궤양성 대장염 환자다. 그녀는 최근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통해 장내 세균을 이식 받는 ‘분변 미생물 이식술(FMT)’을 결정했다.

2017년 국내에 처음 문을 연 대변은행은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수집해 세윤 씨와 같은 장 질환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를 만든다. 대변 기증을 위해서는 평소 생활 습관부터 혈액, 분변 검사까지 까다로운 절차를 거친다. 모든 단계를 통과하고 기증자로 선발될 확률은 단 8%다. 8%의 확률을 뚫고 대변 기증에 성공한 ‘황금 변’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문제적 장내 세균, 바꿀 수 있을까?

먹기만 하면 쉬지 않고 트림과 방귀가 튀어나오는 60대 주부.

변비와 설사의 주기적 반복! 언제 ‘신호’가 올지 몰라 지하철을 타기가 두려운 50대 사장님.

‘1일 1야식 1음주’를 함께 즐기지만 제각각 극심한 설사와 변비에 시달리는 30대 부부.

이들 ‘장 트러블러’들이 장내세균 개선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효능과 안전이 검증된 프로바이오틱스와 그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를 일주일 간 복용해 보기로 한 것이다. 과연 이들의 장 속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장은 ‘제2의 뇌’!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는 세로토닌의 90% 이상을 장내 세균이 만든다. 만약 장내 세균이 세로토닌의 분비를 거부한다면 사람들은 매일 우울 상태일지도 모른다.

일본의 장수의료연구센터에서는 치매 환자의 장 속에 ‘박테로이데스’라는 특정 세균이 일반인보다 훨씬 적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미국 하버드 의대의 한인 과학자 허준렬 교수는 자폐 증상을 유발하는 장내 세균을 발견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장’은 단순한 소화 기관을 넘어, 인간의 정신을 조절하는 ‘제2의 뇌’로 군림하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장내 세균으로 우울한 기분을 전환시키고, 치매를 예방하고, 자폐증 등 뇌신경 질환을 치료하는 길이 열릴 지도 모른다.

장내 세균의 혁명은 이미 시작되었다. 5월 5일 일요일 밤 11시 5분, SBS 스페셜에서 장내 세균의 능력과 그 신비한 세계를 확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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