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라크의 '특별면허 방식' 대안으로 제시하며 끝까지 미국 설득
2일 오전에야 메일로 '불가' 통보…'원화결제시스템' 유지여부 관심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류미나 기자 = 미국의 '이란산 원유수입 금지' 방침과 관련, 한국은 예외조치 종료 당일인 2일 아침까지도 '예외 기간 연장'의 반전을 기대했지만 결국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미국은 현 이란 원유 수입국들에 대한 추가 제재유예조치(SRE·significant reduction exceptions)를 다시 발효하지 않을 것을 공표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한국을 비롯한 8개 국가에 지난해 11월 5일부터 6개월간 예외적으로 인정해주던 이란산 원유산 수입이 5월 2일 0시(현지시간·한국시간 2일 오후 1시)를 기준으로 불가능해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브라이언 훅 미 국무부 이란특별대표는 당시 폼페이오 장관의 회견 두 시간 전 협상 카운터파트인 윤강현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에게 전화해 '예외 인정이 이뤄지지 못해 미안하다'는 취지로 양해를 구했다.

그러나 윤 조정관은 포기하지 않고 훅 대표에게 대안을 제시했다.

미국이 이라크에 적용하고 있는 '특별 면허'(Special Licence) 방식을 한국에도 적용해달라는 것이었다.

미국은 8개국에 대한 예외조치와는 별개로 이라크에 대해선 전력공급에 필요한 천연가스를 이란으로부터 수입할 수 있는 '특별 면허'를 주고 있다. 이라크가 이란으로부터 천연가스를 수입하지 못하면 부족한 전력 사정으로 정세까지 불안해질 수 있음을 고려한 조치였다.

윤 조정관은 한국 기업이 이란에서 수입하는 콘덴세이트(초경질유)는 엄밀하게 따지면 미국의 제재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며 '1년 6개월' 정도의 유예기간을 달라고 요청했고, 훅 대표도 '고려해 보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조정관이 이끄는 정부 대표단은 바로 워싱턴으로 달려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훅 대표 등과 대면협의를 진행했고, 미국 측은 '특별 면허' 방식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에게 건의하겠다며 그 결과를 '4월 30일'까지 알려주기로 했다.

약속보다 다소 늦은 2일 오전. 프랜시스 패넌 미 국무부 에너지·자원(ENR) 차관보가 윤 조정관 앞으로 보낸 메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산 원유수입 제로 정책에 따라 한국에 특별 면허를 주기 어렵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국에 대한 예외조치가 종료되는 오후 1시를 불과 몇 시간 앞둔 상황이었다.

이란산 콘덴세이트에 의존해왔던 한국 업계는 단기적인 타격은 있을 수 있지만, 그간 대체 수입선을 꾸준히 모색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도 한국 기업의 대체 수입선 확보 작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향후 유가가 크게 오르는 상황이 벌어지면 미국의 '이란산 원유수입 금지' 방침이 바뀔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한편 한국이 이란산 콘덴세이트 수입과 연동해 미국으로부터 인정을 받아온 '한국-이란 간 원화결제시스템'을 계속 사용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과의 외환거래를 피하기 위해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2010년 10월 도입한 원화결제시스템은 이란 중앙은행(CBI)이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원화 계좌를 개설해 양국 간 무역대금을 원화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정유업체 등 이란으로부터 수입하는 한국 기업은 CBI 원화계좌에 원화로 수입대금을 입금하고 대이란 수출기업은 CBI 원화계좌에서 원화로 수출대금을 수령하는 식이다.

한국은 이란과 비제재 품목의 수출입을 위해 원화결제시스템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미국과의 협의가 필요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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