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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컵 규제로 A형간염 증가?" 의혹 확인해봤더니…

"일회용 컵 규제로 A형간염 증가?" 의혹 확인해봤더니…

  • 조성미 기자 이세연 인턴기자
  • 승인 2019.05.01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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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본ㆍ전문가 "명확한 연관성을 주장하는 건 무리"

A형간염 '비상'(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의 한 병원 관계자가 A형 간염 백신을 들어 보이고 있다. mon@yna.co.kr
A형간염 '비상'(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의 한 병원 관계자가 A형 간염 백신을 들어 보이고 있다. mon@yna.co.kr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이세연 인턴기자 = 올들어 젊은 층을 중심으로 A형간염 환자가 급증하자 '커피전문점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제한으로 컵 위생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바이러스가 퍼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SNS에서 번지고 있다.

그러나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은 A형 간염과 일회용 컵 사용 규제 사이에는 명확한 관련이 없다며 정확한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공포심' 조장은 조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최근 SNS상에는 '작년 8월부터 일회용 컵 사용 제한 정책이 강하게 시행된 뒤로 올봄 A형 간염 환자가 작년보다 증가했다'는 주장이 퍼졌다.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은 올해 A형 간염 유행의 주 감염자층인 30∼40대가 카페를 주로 이용하는 연령대와 일치한다는 점을 주장의 근거로 들고 있다.

A형 간염 신고 건수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지난달 28일까지 A형간염 신고 건수는 3천59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천67명에 비해 2.37배 증가했고, 이 중 30∼40대가 신고 환자의 72.6%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SNS에는 신고 건수 증가와 일회용 컵 사용 제한 정책의 연관을 의심하는 글들이 퍼졌다.

'inkivaa******'란 트위터 사용자는 "A형간염이 도는 것에 카페 머그컵(머그잔)이 의심된다는 말에 설득력이 있다"며 "최근 가장 크게 바뀐 위생적인 요소가 카페 머그(컵)이고, 카페는 (살균 기능을 가진) 업소용 식기세척기를 보유한 곳이 (별로) 없어 머그(컵)를 직원들이 수세미로 씻어 놓는다.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면 사용한 컵은 계속 쌓이고 뜨거운 물로 깨끗하게 설거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한 게임 커뮤니티의 '잘***징어'란 사용자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접촉으로 전염되는 병이면 조사해볼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며 지지했고, 'Barle*****'란 아이디의 트위터 사용자는 A형간염의 발생 그래프와 일회용 컵 규제의 도입 시기를 비교하며 "일회용품 규제가 부분적으로 기여한 게 아닐까 싶다"고 추측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Dogdrip의 한 사용자도 "경구흡입으로 전파되는 감염이라면 용기의 재사용이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면서 "단순히 용기 재사용이 아니라 세척을 제대로 하지 않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카페에서 사용 중인 머그잔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연합뉴스 자료사진]
카페에서 사용 중인 머그잔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지만 보건당국은 A형간염 유행과 컵 재사용 간에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만약 일회용품 사용 규제로 인해 머그잔 등 카페 식기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병균이 옮겨갔다면 A형간염뿐만 아니라 모든 질병의 발병률이 증가하는 게 맞지만 그렇지는 않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그는 또 "침으로 인해 A형간염이 전파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도 "'일회용 컵 사용 규제와 A형간염 유행이 연관됐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A형간염의 전파 경로는 침이 아니라 감염자의 대변 등이 묻은 손"이라며 "카페 종사자가 손을 잘 안 씻는다면 전파될 가능성은 있겠지만 이 경우에도 컵을 닦을 때 쓰는 세제로 간염 바이러스가 사멸하기 때문에 확률이 낮다"고 밝혔다.

그는 "만일 카페의 위생 관리가 A형간염 유행의 원인이라면 카페가 집단발병지로 지목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그러나 만일의 경우를 위해서라도 카페 종사자가 조리와 서빙 과정에서 오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손을 잘 씻는 등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질병관리본부는 30∼40대 A형간염 환자가 많은 이유를 이들의 항체 양성률이 낮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는 1970년대 이후 출생자들의 경우 사회 전반적으로 위생상태가 좋아지면서 A형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과거에는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탓에 어릴 때 A형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돼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A형간염은 바이러스 감염이 부르는 급성 염증성 간 질환으로, 주로 오염된 손과 물, 음식, 소변, 대변 등을 통해 사람의 입을 거쳐 감염된다.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섭취해 감염될 수 있으므로 물 끓여 마시기, 음식 익혀 먹기, 손 씻기 등 개인 위생수칙을 지켜야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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