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 '은밀대화' 나눈 '도보다리' 첫 민간개방 인기몰이

(판문점=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 "과거에는 경비대원들이 권총을 휴대한 채 근무를 섰지만, 지금은 모두 비무장 상태입니다."

1일 오전 남북 군인들이 최근접 거리에서 경계근무를 서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정전위원회 회담장(T2) 앞.

JSA 안내대원의 말에 귀를 기울이던 일반 관람객 20여 명의 시선이 일제히 북측 판문각을 등진 채 부동자세로 서 있는 경비대원을 향했다.

베레모를 쓴 그의 모습은 예전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 보였다. 권총뿐 아니라 방탄헬멧도 쓰고 있지 않았다.

경비대대 관계자는 "비무장화가 이뤄지기 전에는 대원들이 모두 실탄이 들어있는 권총을 휴대했다"고 귀띔했다.

남북 군인들이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신경전을 펼치던 모습은 과거의 일이 되어버렸다.

남북과 유엔사는 남북 9·19군사합의에 따라 지난해 10월 JSA에 남아있던 지뢰를 제거하고, 남북 초소 9곳을 폐쇄한 뒤 모든 화기와 탄약도 철수시켰다. 불필요한 감시장비도 제거했다.

현재 판문점 경계를 맡은 전력은 유엔사 경비대대 소속 인원 35명과 북측 인원 35명이다. 모두 비무장 인력들이다.

션 모로우(미 육군 중령) 판문점 경비대대장은 유엔사 초청으로 이곳을 찾은 70여 명의 내외신 기자들에게 "새로운 판문점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며 "긴장감이 감돌던 판문점은 이제 평화의 분위기가 감도고 있다"고 말했다.

7개월 만에 재개된 이 날 '판문점 투어'에 참가한 일반인 관람객은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81명을 포함해 모두 320여 명.

이들의 최대 관심은 역시 작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배석자 없이 은밀한 대화를 나눴던 도보다리로 모아졌다.

그동안 이름조차 생소했던 도보다리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새로운 '평화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이날 도보다리는 진입로 포장공사와 교각 안전조치 등 여전히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관람은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두 정상이 마주 앉았던 테이블 위에는 하늘색 커버가 덮여있었다.

JSA 경비대대 관계자는 "어제부터 공사가 진행돼 완전 개방을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변에서는 지뢰 제거 작업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북측 판문각쪽에서는 중국인 관광객 등 수백 명의 북측 방문객들의 모습도볼 수 있었다. 이들은 남측 관람객들을 향해 환호성을 울리고 손을 흔들기도 했다.

북측 경비대원들은 우리측 경비대원들처럼 군사분계선 부근에서 상시근무를 서고 있지는 않았지만, 남측 관광객들과 기자들이 나타나자 판문각 밖으로 나와 카메라로 1분 가량 촬영하기도 했다.

비무장화 조치로 확 달라진 판문점의 평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지만, 곳곳에서 묘한 긴장감도 감지됐다.

내외신 기자들과 관광객들을 안내하던 JSA 대원들은 수시로 "군사분계선 쪽으로는 접근하지 말아달라", "(북측 판문각 관람객을 향해) 손을 흔들리 말라"고 당부하며 주의를 촉구했다.

그동안 기대를 모아온 'JSA 자유왕래'는 이번에 실현되지 않았다.

비무장화 등 그동안 JSA 내에서 진행돼온 일련의 조치들이 자유왕래를 실현하기 위한 사전 조치들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다소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자들과 관람객들이 마지막으로 둘러본 곳은 고 장명기 상병 추모비.

장 상병은 1984년 소련 민간인을 쫓아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북한군과의 교전 과정에서 숨졌다.

모로우 경비대대장은 "평화의 길을 가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과정이 어떠했는지를 기억했으면 좋겠다"며 장명기 상병 같은 "영웅을 잊지말아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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